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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Jan 04. 2018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대화

한쪽의 문제가 아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대화


함께 일하는 관리자 중 유난히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있다. 몇 년간 같이 업무를 해왔지만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고, 우리 쪽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불통이었다.


새해 첫 출근날. 우리 직원들의 요청사항을 전하기 위해 차 한잔 기회가 생겼다. 사실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불편한 주제로 서로 얼굴을 붉히며 언성이 높아질 것이 뻔했다.


그동안 책 읽고,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았는가? 대화에 앞서서 혼자서 준비했다. 협상, 영업, 대화기법, 심리학 등 여러 가지를 떠올리며 되새겼다.


조심스레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결론은 "당신들이 이런 행동을 해서 우리 직원들 불편함이 많다.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해라" 였지만,

직설적으로 말했다가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전쟁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



대화의 시작은 개인적인 이야기


뚱한 상대방에게 조심스레 첫마디를 꺼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개인적인 이야기 위주로 대화를 풀어갔다.


"전에 안 좋다던 무릎은 좀 괜찮으신가요?"


대화 분위기는 잔잔했다. 가족 이야기, 건강 이야기, 친구 이야기 등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오고 갔다. 물론 나는 질문 + 리액션으로 일관했다.


"아~그러셨군요"

"에헤이~!"

"저런 미친"


아이컨택과 맞장구가 계속되자 대화는 길어졌다. 상대방은 표정으로 희로애락을 표현하며 속 깊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렇게 말이 많은 분이었나?'

'내가 불통이었구나'


새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본론은 불편하지만
정중하고, 정확하게, 끝까지


길었던 대화가 사그라들 무렵 본론을 꺼냈다.


"그런데 말입니다."


불편한 주제가 나오자 역시 인상이 찌푸려지면서 말투가 거칠어졌다. 하지만 예전처럼 대화가 끊기거나 싸움이 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대화의 효과였을까? 화를 삼키며 들어주려는 태도를 보였다. 나 역시 정중하게 부탁하는 어조로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는 단칼에 거절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낚싯대의 릴을 당겼다가 풀었다가 반복하듯이 대화를 이어갔다.


"맞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알죠. 뭐 때문에 그러시는지 알지만.."

"그 입장을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제가 개입할 입장은 아니지만.."

"서로 윈윈 할 방법을 찾아보고자 말씀드리니깐.."

    

완충 멘트를 계속해서 던지며 상대방의 상기된 얼굴을 가라앉혔다가 달구었다가를 반복했다.


"아~맞소.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니깐 우리도 신경 쓰도록 할게요"


불통은 원인은 나에게 있었다


결국 원하는 답을 이끌어냈다. 역시 나의 대화가 문제였던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은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의 태도(막말, 반말, 욕설)에 목적을 잊고 같이 흥분하고 싸우려 들었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던 것이다.


차분하게 한발 뒤로 물러서있으면 상대방의 무례한 태도에 상처받지 않는다. 무례함을 흘리고 나의 목적을 달성시키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 예전에는 대화 도중 반말이나 욕설을 들으면 참지 못하고 같이 화를 냈습니다. 흥분하고 화를 내서 일을 그르친 적이 있습니다. 화내면 오히려 불리하다는 것을 깨닫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감정 컨트롤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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