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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Mar 05. 2018

선장이 두명인 배에 오르다

책임자가 두 명인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

지난 2주간의 회사 프로젝트는
정말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주제가 모호하거나 업무량이 방대한 것은 둘째. 가장 큰 문제는 프로젝트 책임자(선장)가 두 명이었다는 것이다. 본사에서 내려준 주제로 두 개의 팀이 함께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


발표를 맡은 팀장 1이 책임자로 선정되었다.  팀장 1이 총괄지시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중간에 인사발령을 받은 팀장 1은 업무에 대한 의욕을 잃고 프로젝트를 방치하다시피 했다.


애가 타는 팀장 2가 마감이 다 되어서야 업무에 개입했다. 하지만 둘의 업무 스타일은 완전히 달랐다.


팀장 1 : "A, B, C 이런 방식으로 자료 만들어"
팀장 2 : "A1, A2, A3 이렇게 자료 만들어"


직원들은 이중,삼중으로 작업하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야 했다. 팀장 1과 팀장 2는 급기야 언성을 높이고 다투고, 서로 소통을 하지 않았다. 둘은 소통하지 않고 부하직원들에게 각자 다른 지시를 했다.


명확하게 지시하는 것도 아니고, 권한을 위임하지도 않는 팀장 1

권한은 없으나 불안해서 지시하고 개입하는 팀장 2  


결국 업무는 계속 엎어졌고 휴일 근무에 매일 야근을 하고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고생만 실컷 하고 좋은 소리는 못 들었다. 2명의 선장은 서로 가고자 하는 다른 방향을 지시했고, 선원들은 우왕좌왕하다 지쳤고 배는 좌초되었다.   


직장생활 최악의 경험이었다. 힘들었지만 뼈저리게 느낀 것이 있다. 저런 실수는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


1) 리더는 책임을 끝까지 완수해야 한다.

인사발령을 받으면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업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든 책임지고 해내야 한다. 정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책임자의 자리를 넘기는 것이 옳다. 책임자를 넘기지는 못하겠고, 업무를 하자니 할 여건은 안되었다. 신경 쓰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하다 결국은 최악의 결과를 가지고 왔다. 최악을 면하려고 했다면 팀장 2가 업무에 관여하는 것만이라도 막았다면 어땠을까? 이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2) 책임자에게 믿고 맡겨야 한다.

처음부터 팀장 2가 책임자였다면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자는 팀장 1이다. 업무를 지원은 하되 책임자가 아니기에 책임자인 팀장 1을 믿고 맡겨야 했다. 불안한 마음에 업무에 개입을 하게 되었고, 일을 중복해서 시키거나 다른 방향으로 일을 지시하면서 업무가 늘어나고 방향을 잃었다. 애당초 팀장 1에게 책임자 자리를 받아서 업무를 책임졌어야 했다. 하지만 까다로운 업무의 책임을 지기는 싫어서였을까? 책임자는 아니지만 책임자처럼 지시를 했던 팀장 2는 직원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었다.  




마치 아빠와 엄마가 크게 다툰 상태에서 아이에게


"아빠한테 와. 아빠 말 들어"

"엄마한테 와. 엄마 말 들어"


라고 말하는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까?


아이는 아빠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엄마에게 혼나고, 다시 엄마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아빠에게 혼났다. 주저앉아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가 아니기에 혼나면서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었다. 절대로 책임자가 두명이 되어서는 안된다.



※ 상사에게 바라는 점은 많겠지만, 부하직원의 바람이 상사에게 전달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특히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조직에서 상사에게 피드백하는 것은 명백한 도전이고, 예의 없는 사람 취급을 받더군요.


물론 모든 상사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상사의 성향에 따라서 다르지만, 지금은 그저 납작 엎드려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미움받을 각오로 돌려서 이야기해봤지만 효과가 없네요. 저는 절대 저렇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고비를 잘 극복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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