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이 자랑스러움으로 바꿀 수 있기를
학창 시절 나는 가성비가 매우 안 좋은 학생이었다. 그 당시를 떠올릴 때마다 부모님께 죄송하고 부끄러워 잠이 안 온다. 아내나 친한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우리 집은 부잣집이 아니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당시 흔하지 않게 맞벌이를 하셨다. 두 분 다 어렵게 자라서 자수성가하셨다. 그래서 자식들은 남부럽지 않게 키우려 하셨다.
내가 살던 곳은 지방도시지만 학구열이 높고, 치마바람이 센 동네였다. 부모님은 나에게 많은 돈을 투자하셨다.
초등학교 때부터 항공사 통역하신 분에게 영어회화 과외를 받았다. 중학교 때는 카이스트에 다니는 아버지 친구 아들에게 월 100만 원을 내고 수학 개인과외를 받았다. 고등학교 때는 유명한 학원강사에게 월 100만 원을 내고 수학 개인과외를 받았다. 학원 선생님은 자기에게 과외받는 사람이 나와 시장의 딸뿐이라고 자랑삼아 말했다.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수도권에서 월 200만 원짜리 기숙학원을 10개월간 다녔다. 대학시절 등록금이나 기숙사비며 생활비까지 합치면 학창 시절에만 나에게 당시 아파트 2~3채 값은 들어간 것 같다.
웬만한 사람에게 그렇게 투자했으면 서울대 가거나 '사'자 직업은 가져야 정상이었을 텐데. 아니면 그 돈을 부동산에 투자했으면 부모님의 노후는 걱정 없을 텐데. 내가 뭐라고, 자식이 뭐라고..
마음속에 짙은 죄책감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다행인 것은 아직 내 인생이 끝나지 않았기에 부모님의 투자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결정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부모님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래서 평생 공부하고 배우며 실력을 쌓아야 한다. 그리고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만 부족한 아들을 믿고 있는 돈 없는 돈 갖다 부으신 부모님께 조금은 죄송한 마음을 씻을 수 있지 않을까?
※ 아버지, 어머니! 아들도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아직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으나 기회가 남아있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도록 떳떳하게 살겠습니다. 곁에서 건강하게 지내시면서 지켜봐 주세요.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