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라서 겪을 수 있는 일
나는 현장 관리자다. 관리지역이 4개의 시에 걸쳐있어서 매일 출근지가 다르고, 만나는 얼굴이 다르다. 지역별로 사원들도 단체 카톡방을 통해서 정보를 공유하는 모양이다. 물론 나는 빼고 말이다.
얼마 전 조회를 마치고 급히 제출할 보고서가 있어서 근처 커피점으로 들어갔다. 커피를 시키고 자리에서 노트북을 펼치는데 시선이 느껴진다. 고개를 들어보니 우리 사원들이다. 도둑질하다 걸린 것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아..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저희가 금방 들어왔는데.."
"괜찮아요. 먹고 이야기하다가 가세요.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사원들은 업무시간에 몰래 커피 마시러 왔다가 나를 만나서 놀란 모양이다. 조회를 마친 시간과 업무 시작 시간의 갭이 있어서 어디서 차 한잔 마시겠거니 예상은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본의 아니게 그들의 아지트를 습격한 셈이다.
사실 시간 내에 보고서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원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평소 같으면 간식을 사주거나 말이라도 걸었겠지만..
초인적으로 집중해서 1시간 만에 보고서를 작성해서 보냈다.
"팀장님, 보고서 보냈습니다. 검토 부탁드립니다."
"어, 방금 봤어. OO 수정하고, ㅁㅁ추가해서 본사로 보고해"
한시름 놓고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 사원들은 언제 갔는지 떠나고 없다.
다음 날 다른 지역에 조회를 갔더니 사원들의 단톡방에 이런 내용이 올라왔다고 한다.
"몰래 땡땡이치다가 딱 걸렸음"
"우리 뒤를 밟았나봐"
"그날 완전 정색하고 빡쳐서 말도 안 함"
"차라리 혼을 내지"
"표정이 장난 아니었음"
"퇴근하고도 심장이 쿵쾅거림"
"조심해라. 땡땡이 걸리면 얄짤없다"
뭔가 미안하기도 하고, 억울한 이 마음을 어떡해야 하나? 나는 그저 아무곳이나 들어가서 진지하게 보고서를 작성했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