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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Aug 18. 2018

어릴 때 영어공부를 시켜야 할까?

6살에게 영어공부는 빠른걸까? 늦은걸까?

2달 전부터 딸아이 영어 학습을 시작했다. 아내와 나는 딸이 너무 어릴 때부터 학습에 시달려서 스트레스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런데 주변에 딸과 비슷한 또래가 있는 지인들과 대화를 하면서 불안해졌다.


"너무 방치하는 것 아니야?"

"나중에 학교 가서 못따라간다"

"부모의 관심과 재력이 자녀미래를 결정하는거야"


그래서 추천받은 영어교재와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을 듣는 것을 신청했다. 다행인 것은 딸아이가 영상과 책을 보면서 영어 말하기와 춤추는 것을 재밌어한다는 것이다. 어떤 것을 배우기에 앞서서 항상 딸에게 보여주고 체험한 후에 의견을 물어본다.


"이거 배워보고 싶어?"


재밌어하고 딸이 배우고 싶다고 하는 것은 시켜줄 생각이다.  




며칠전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말했다.


"어제 슈밍이 수업 데려갔다가 선생님과 이야기를 했어"

"어~ 뭐라고 하셔?"

"재밌어하는데, 다른 친구들은 영어로 하는 대화를 다 알아듣는데, 슈밍이는 대화가 잘 안 통해서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다고"

"주눅 든 거야?"

"그건 아닌데, 유치원에서는 자기가 영어를 잘하는데 센터에서는 오래 배워서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자존심이 상한가 봐"

"그럼 됐어. 이제 한 달 했는데 하다 보면 늘겠지. 그래도 욕심이 많고 벌써 자존심을 세우는 걸 보니 잘하겠다"




긍정적으로 말했지만, 정말 3~4살부터 영어공부를 시켰어야 했나 하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얼마 전 아내의 친구 아들과 만나서 같이 놀았던 적이 있다.


아내 친구 아들은 영어유치원을 1년 다닌 터라 유아 수준의 프리토킹이 가능했고, 딸은 이제 간단한 표현을 배우는 단계였다. 그 친구가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니, 딸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뭐라고 하는 거야?"만 반복했다고 한다.


"무리해서라도 내년에 영어유치원 1년 보내야 할까?"

"한 달에 얼마라고 했지? 120만 원?"

"비싸긴 하다"

"그래도 어릴 때 1년 투자하는 게 커서 영어 공부시키고, 연수 보내는 것보다 스트레스 덜 받고 수월하다는 반응도 있어"

"그렇긴 하네"




공부를 잘할지 못할지는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 가만히 둬도 스스로 몇 개 국어를 깨우치고 명문대에 가는 아이도 있는가 하면, 아무리 과외를 붙이고 해외연수를 보내도 공부는 뒷전인 아이가 있다. 부모가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 딸아이가 선택을 하기에는 너무 어리고 잘 모른다. 어떤 게 옳은 걸까? 고민을 해봐도 잘 모르겠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에게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확실한 게 하나는 있어"

"뭔데?"

"부모가 공부하고 성실하게 배우는 모습으로 모범을 보이면 아이도 따라서 그렇게 한다고 하자나"

"우리 둘 다 배우고 공부하는 것 좋아하니깐 잘 따라 하겠지?"

"그럼 벌써부터 호기심 많고, 욕심도 많고 자존심 센 것 봐"

"그리고 교육을 얼마나 받았는지가 향후 아이의 직업의 기회, 소득, 행복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자나"




예전에는 조기교육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다. 부모가 유별나게 아이를 어릴때부터 잡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부모가 되면서 생각이 흔들린다. 나의 무지와 무관심으로 아이가 피해를 볼까 두려워서다.


요즘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수준을 갖추고 들어오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그 아이들에 맞춰서 수업을 진행하는 곳도 많다고 한다. 그런 경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입학한 아이들은 당황하고 위축되고 놀림받고 상처 받을지 모른다.  




물론 지역이나 학군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지만, 아이의 초등학교를 선택하는 문제도 복합적으로 고민이 된다. 내가 사는 지역만 봐도 치마바람이 센 초등학교는 입학 전 이미 영어 프리토킹이 가능한 아이가 대부분이고, 외국생활 경험도 많다고 했다. 반면 입학하고서야 차근차근 영어를 가르치는 초등학교도 있다. 아이의 수준에 맞춰서 학교를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잘하는 아이들 틈에서 너무 위축되지도 말고, 못하는 아이들 틈에서 너무 뽐내지도 말고 스트레스받지 않고 딸아이가 즐겁게 학교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 어린 시절 치마바람이 센 동네에서 자랐습니다. 어릴 때부터 국, 영, 수 학원이나 과외를 받았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공부를 잘하지 못했고, 해야 할 필요성이나 욕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하라고 하니깐 했고, 그래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무엇보다 날고 기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스스로가 주눅이 많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시로 해외를 드나드는 친구들, 영어나 독어로 자유롭게 대화하는 친구들, 중1 때 이미 중3 수학 문제집을 다 풀어버리는 친구들.


자신감은 고등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면서 회복하게 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초, 중학교 때 날고 기는 친구들이 한번 걸러져서 같은 교실이 아닌 더 윗길을 걸으면서 비슷한 친구들 사이에서 안정을 찾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 동창 중에 외국대학, SKY 대학이나 의대, 약대, 한의대를 나온 친구들이 아는 것만 50명은 넘는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반에서 15등까지는 인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내가 그리 부족한 학생은 아니었는데, 너무 잘난 아이들 틈에서 스트레스받고 위축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나는 계속해서 배우고 갖추어갈 테니깐.. 느리지만 계속 성장하고 있으니깐 안주하는 너희들을 잡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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