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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Jun 05. 2018

딸과 함께하는 색종이 접기

이것도 소확행

아빠!

"응?"

"우리 종이접기 하나만 하고 자면 안 될까?"

"아빠 치카치카만 하고 같이 하자!"


욕실에서 씻고 있는데, 문 앞에서 알록달록한 색종이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을 때도, 로션을 바르는 동안에도 딸은 눈빛을 반짝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자~ 다 됐다. 이번 시간에는 무엇을 접어볼까요?"


딸은 신이 나서 거실로 달려갔다.


"음.. 어.. 쉬운 것 접을 거예요"

"뭘 접어볼까? 배? 저고리? 바지? 물방울?"

"저번에 찰칵찰칵 하는 것.. 카메라! 카메라 접어요"

"오케이! 아빠 따라 접어보세요"


지금이야 색종이와 잘 어울릴지 않는 30대 아재지만, 어린 시절 색종이 접기를 좋아했다. 유치원에서 비행기 접기를 배웠고, 아버지께 배 접는 방법을 배웠다. 할머니께 동서남북, 저고리, 바지 접는 것도 배웠다. 친구들끼리 알고 있는 방법을 공유하는 것도 즐거움이었다.


유명한 김영만 아저씨의 종이접기 시간의 애청자였다. 색종이를 준비하고 방송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때 비행기 5대를 합체해서 우주선을 만들어서 상도 받았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얼마 전 딸아이가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물방울과 구두 접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딸에게도 색종이 접기를 배웠다.


색종이 접기의 시작


휴일 스마트 폰을 보여달라고 보채길래 임시방편으로 색종이를 접어서 보여주었다. 작전은 성공이었다. 아빠를 바라보는 눈빛에 존경이 묻어났다.


"아빠, 삐뚫하게 접혔어요. 잉~"

"괜찮아. 좀 삐뚫하면 어때? 꼭 반듯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돼"


딸아이는 반듯하게 접히지 않아서 속이 상한 모양이다. 하지만 반듯하게 접은 내 것보다 딸이 접은 게 더 예뻐 보인다.

  

"짜잔~"


어려웠을 텐데, 아빠를 따라 금방 카메라를 접어냈다.


"기념으로 아빠 사진 한 장 찍어줄래?"

"좋아~ 하나, 둘, 셋!"


우린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실제로 '찰칵'하고 종이가 펴지는 소리가 나는 것에 딸아이는 뿌듯해했다.


"우리 다른 것도 접을까요?"

"우리 꼬마 아가씨! 이제 잘 시간이에요. 내일 종이접기 시간에 봐요"


아쉬워하는 딸의 손을 잡고 침대로 갔다. 누워서도 뾰로통하여하는 딸아이의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1분도 안돼서 금세 잠이 들었다.


"녀석.. 그렇게 피곤했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과 딸의 어린 시절을 색종이 접기로 공유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 아닌가 싶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하지 못한 부모 자식 간에 어린 시절 공통된 경험이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자녀들과 친밀하고 공감대를 쌓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야~ 우리 때는 그런 것 없었어"

가 아니라

"아빠 어렸을 때도 색종이로 재밌는 것을 많이 만들었단다."



※ 요즘 연애할 때보다 모든 면에서 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딸에게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요. 운동, 공부, 일, 가족과 보내는 시간 더 분발해야겠습니다. 아이언맨같이 압도적인 아빠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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