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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Nov 06. 2018

붕어빵 파는 부녀

사람 사는 냄새

토요일 아침 아내가 병원 갈 일이 있어서 온 가족이 같이 갔다. 진료를 마치고 나오는데 입구 앞에서 기분 좋은 냄새가 난다. 길 한구석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다.


어릴 때 집 근처에 파는 붕어빵을 즐겨 사 먹었다. 따뜻한 붕어빵을 들고 호호 불어 먹을 때 춤이 절로 나올 정도로 즐거웠다.


"우리 붕어빵 먹을까?"

"아빠 붕어빵~ 붕어빵~"

"곧 점심 먹을 거니깐 조금만 사요"


조그마한 붕어빵 가게로 들어섰다.


<3마리에 천 원>


삐뚤한 글씨가 붕어빵 기기 앞에 붙어있었다. 주문하려는데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밝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얼마어치 드릴까요?"

"천 원 치만 주세요"

"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방긋 웃으며 친절하게 인사를 여학생은 이내 붕어빵을 굽는 나이 많은 아저씨와 살갑게 대화를 이어갔다. 아마도 부녀 사이인 듯했다. 대개는 저 나이 때의 여학생이라면 아버지가 붕어빵을 파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하는데..


그 여학생은 날씨 좋은 주말인데도 아버지가 심심하고 힘들까 봐 옆에서 대화도 나누고, 붕어빵을 파는 것을 도와주는 것 같았다. 괜히 가슴이 뭉클해졌다. 무표정한 아저씨와 활짝 웃고 있는 여학생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딸을 정말 잘 키우셨네요'


왠지 주제넘은 소리인 것 같아서 입밖에는 내지 못했다. 대신 한마디 더 했다.


"저기 붕어빵 이천 원 치만 더 주실래요?"


그렇게 붕어빵 3천 원 치를 사들고 가족에게 돌아왔다.


"아니, 여보 무슨 붕어빵을 이리 많이 샀대"
"그게.. 갑자기 배가 고프잖아"


그렇게 웃으며 아내와 딸에게 붕어빵을 내밀었다. 붕어빵 파는 가게에서는 여학생의 맑은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그날따라 왠지 붕어빵이 유난히 달고 맛있었다.



※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이런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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