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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갑부훈 Sep 09. 2021

짝짝이 양말

내가 제주도에 버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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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앞둔 친구 녀석이 전화가 왔다. 결혼할 때는 온 가족, 친척, 직장동료가 함께였는데, 이혼은 혼자서 하는 것 같아 외롭다고 했다. 나는 잠자코 그의 한탄을 들어만 주다가, 양말 얘기를 마지막으로 몇 시간에 걸친 통화가 끝이 났다.



 신세가 하도   맞는 양말 같아 서글펐던 때가 있었어.

 번은 빨간 양말을 만났을 ,
  번은 땡땡이를 만났을 ,
그리고   번은 구멍  녀석을 만났을 .
그래서 한동안은 양말을 아예 신지 않았지.
여름에도 그리고 겨울에도.

하지만, 양말을 신는 행위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추위와 습진 그리고 신발의 마찰로부터  발을 보호하는 .
이처럼 나의 , 가족을 찾는 이유도 
추운 외로움으로부터  일신을 보호하고, 따뜻해지기 위해서야.

<시선을 의식하는 사람만이 다름을 부끄러워한다>

이것을 알아차리고 나니, 지금 내가 신고 있는 짝짝이 양말이 꽤나 멋져 보이더군.

그러니 우리는 멈추지 말고 
신고 벗고 빨고 신고, 신고 벗고 꿰매고 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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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친구는 구멍 난 양말과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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