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주도에 버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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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앞둔 친구 녀석이 전화가 왔다. 결혼할 때는 온 가족, 친척, 직장동료가 함께였는데, 이혼은 혼자서 하는 것 같아 외롭다고 했다. 나는 잠자코 그의 한탄을 들어만 주다가, 양말 얘기를 마지막으로 몇 시간에 걸친 통화가 끝이 났다.
내 신세가 하도 짝 안 맞는 양말 같아 서글펐던 때가 있었어.
한 번은 빨간 양말을 만났을 때,
또 한 번은 땡땡이를 만났을 때,
그리고 또 한 번은 구멍 난 녀석을 만났을 때.
그래서 한동안은 양말을 아예 신지 않았지.
여름에도 그리고 겨울에도.
하지만, 양말을 신는 행위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추위와 습진 그리고 신발의 마찰로부터 내 발을 보호하는 것.
이처럼 나의 짝, 가족을 찾는 이유도
추운 외로움으로부터 내 일신을 보호하고, 따뜻해지기 위해서야.
<시선을 의식하는 사람만이 다름을 부끄러워한다>
이것을 알아차리고 나니, 지금 내가 신고 있는 짝짝이 양말이 꽤나 멋져 보이더군.
그러니 우리는 멈추지 말고
신고 벗고 빨고 신고, 신고 벗고 꿰매고 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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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친구는 구멍 난 양말과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