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주도에 버린 것들
겨울 지나 봄, 여름, 그리고 가을.
찬란한 계절을 기다려온 만물은
곰삯는 시간의 밀도만큼
영롱한 색깔의 꽃을 피워
저마다 아름다움을 절정으로 뽐낸다.
하지만, 여기 무화과.
보여줄 꽃이 없는 이 나무는 초라하다.
그때 벌 한 마리가 노란색 꽃처럼 날아와
무화과나무의 서러움을 잠자코 듣고 있더니, 떠나지 않고 제 몸 녹여
무화과의 과실이 되었다.
우리가 먹는 무화과는 이렇게 태어난다.
너와 나의 삶에 이토록 화려한 꽃의 계절이 오지 않더라도, 겨울이 오기 전 추수하는 계절 가을 앞에서 우리는 당당하자.
- 미얀마 쿠테타 이후 버마난민음악학교
교사에서 혁명가가 된 케이티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