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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갑부훈 Sep 10. 2021

버마난민음악학교 선생님, 내 친구 케이티에게

내가 제주도에 버린 것들


겨울 지나 봄, 여름, 그리고 가을.
찬란한 계절을 기다려온 만물은
곰삯는 시간의 밀도만큼
영롱한 색깔의 꽃을 피워
저마다 아름다움을 절정으로 뽐낸다.

하지만, 여기 무화과.
보여줄 꽃이 없는 이 나무는 초라하다.

그때 벌 한 마리가 노란색 꽃처럼 날아와
무화과나무의 서러움을 잠자코 듣고 있더니, 떠나지 않고 제 몸 녹여
무화과의 과실이 되었다.
우리가 먹는 무화과는 이렇게 태어난다.

너와 나의 삶에 이토록 화려한 꽃의 계절이 오지 않더라도, 겨울이 오기 전 추수하는 계절 가을 앞에서 우리는 당당하자.

 

   

        - 미얀마 쿠테타 이후 버마난민음악학교 

           교사에서 혁명가가  케이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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