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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Apr 17. 2017

"언제까지 울거야?"

(끝나지 않은) 2017 이반 검열


언제까지 울거야?

"그럼 웃을까?"


2017 이반 검열 포스터, 막공은 04.16. 공연 기간이 짧아서 아쉽다.


이반 검열은 끝나지 않았다.


일반인이 아니라 이반인, 우리 사회에서 이반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반 검열은 '이반'인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검열(이자 폭력)의미한다. 연극의 주인공들은 모두 '동성애자 청소년'으로 명명된 학생이자 그와 동시에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학생들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 연극의 주인공은 2017 지금 우리 사회 속 검열의 대상인 모든 '이반'을 대표하는 셈이다.


여섯 명의 배우들이 수십 명의 관객앞에서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 놓는 것으로 연극은 시작한다. 별 다른 동선도, 과장된 연기도 없다. 학교 책걸상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들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된 폭력들에 대한 경험을 던지며 서로 공감할 뿐이다.  


막 소리치거나, 화내거나 하는 연기보다 이렇게 자신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털어놓는 연기가 훨~씬 어려울텐데 정말 몰입됐다. 배우님들 짱짱...! 존경... 연출님도 짱짱...


넓은 공연장에서 발화자는 그들뿐이라 100명 남짓한 관객들은 잠자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개인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는 처음에는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어느새 나는 그들의 시선에서 사회를 바라보고 있었다. 감정에 이입된 것이다. 아마 관객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다들 공감과 반성의 마음이 커져서일까 관객들의 침묵 속에 조용한 흐느낌만이 공연장을 채웠다.





박정희 유신시대 혹은 그 전부터 우리가 접한 국가는 지금까지도 은밀하게 또 당연한 듯 이반 검열을 지속하고 있다. 동성애는 나쁜 것이고, 고쳐져야 하는 것으로 만든다.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가 죽을 때까지 안고 가는 마음의 멍을 가지고 '언제까지 울거냐'고 다그친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 후보자의 연설 도중 한 여성이 자신을 동성애자 페미니스트로 소개하며 문재인 후보에게 (성소수자) 차별금지법에 관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문 후보자는 질의응답 시간이 아니라서 '나중에' 답해주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 여성이 계속 소리쳤다. 그러자 지지자들은 '나중에'를 연호했다.


돌발적으로 연설을 막은 것이 잘한 것은 아니지만, 오죽했으면 얼마나 불안했으면 그렇게 질문했나 싶었다. 최근들어 기독교계의 반발로 표에 대한 걱정이 들어서인지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던 더민주당과 문 후보자가 교묘히 입장을 바꿨다. 입장을 바꾸며 그들이 말한 것은 '시기상조', '나중에'라는 말이었다.


국가가 그리고 정치권력이 한번이라도 사회에서 외면받아온 이들을 이해하려고 했었나?

나는 한번이라도 사회에서 외면받아온 이들을 이해하려고 했었나?  그저 국가가 시키는 대로, 국가의 검열의 틀에 따라 나 또한 이반 검열을 하고 그들에게 나도 모르게 폭력을 가해오지 않았을까?

 

이제야 그들의 메세지가 보이나요? , 아니 지금까지 그들이 이 곳에 있는 것을 본 적은 있나요?


<2017 이반 검열>은 우리가 나중으로 미뤄온 이들을 이해하려는 시도인 동시에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국가의 말과 검열프레임(틀)을 따르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세지를 전한다.


나도 메세지에 동참하고 싶다. 이건 거대한 움직임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작은 움직임이다.


죄책감만 가진 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정말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유가족이 전철에서 누군가 가방에 단 노란 리본을 보고 그 마음을 접어요. 팽목항에 못 가봤다고 미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노란 리본을 달아주면 돼요. 이건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인 거죠. 시민들의 마음이 이미 큰 의미가 되고 있는 걸 유가족을 지켜보며 느낍니다.”

향신문 8면 [인터뷰]“죽음 생각했던 세월호 유가족, 시민들 가방의 리본 보고 마음 돌려”
2017.04.13.


작은 움직임이 모이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이 기사를 통해 느꼈다.




나 또한 동성애, 세월호, 외노자 등 사회의 소수자에게 귀 기울이는 사회와 국가를 원한다.

그를 위해서는 누구보다 내가 먼저 한 발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에서 어제(세월호 3주기) 처음으로 안산에 가봤다.


그들의 약속을 믿어본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세월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대통령 후보는 심상정 후보가 1위. 문재인 후보가 2위.


뜻 깊은 시간이었다. 세월호는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운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사람들의 희망이, 그리고 나만 생각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작지만 큰 노란 리본 안에 담겨있다.






연극 <2017 이반 검열>을 본 건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소수자의 시선에서 사회와 국가를 봤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를 봤다. 전에 경험해봤던 '어둠 속의 대화'가 생각났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각장애인 로드마스터의 인도 아래 자연과 도시를 느끼는 체험이었다. 그런 놀라운 경험을 연극을 통해 만나 기뻤다. 아쉽게도 4월 16일이 막공이었다.


선배이자 이 연극의 배우로 출연한 이세영 배우님께 감사드린다. 덕분에 좋은 연극을 만났다.


그리고 연극을 함께 본 기억자전거 친구들도 고맙다. 모두 함께 같은 곳으로 나아가줘서.



연극 보던 날, 극장이 남산 아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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