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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May 07. 2017

1번만 찍던 그들과 1번도 안찍던 그의 이야기

영화 <파란나비효과>와 영화 <스윙 보트>

#전주국제영화제


지난 주말(4월 29~30일), 기억자전거 팀과 전주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

그리고 우연히 영화 <파란나비효과>를 만났다.


개봉을 앞두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다큐멘터리영화다. 한창 사드배치로 논란이 되던 때, 그러니까 2016년 여름즈음부터 사드에 반대 활동을 한 성주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이빙벨 상영논란이 있었던 것과 달리 2017 전주국제영화제는 파란나비효과를 비롯해 <국정교과서>, 박근혜 대통령을 다룬 <미스프레지던트> 등 다양한 영화가 준비되어 있어서 놀랐다.



(스포일러 있음)



#파란나비효과

네이버영화 소개 중

“지금 그깟 미사일이 사람보다 중요합니까?!!”
“우리 아이들이 있는 곳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안됩니다!!”

 어디보다도 보수적이었던 경상도 성주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사드(THAAD) 배치 반대투쟁!
 그 중심에는 젊은 엄마들이 있었다.
 처음엔 전자파로 아이들이 입을 피해가 걱정되어 시작한 투쟁이었지만,
 사드에 대해 알아나갈수록 이 땅 어디에도 필요 없는 무기임을 알게 된다.
 사회문제에 별 관심 없었던 그녀들이 이제는 누구보다 앞장 서
 한반도 평화를 노래하며 별고을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하지만 투쟁을 앞장서 이끌었던 성주군수가 주민의 뜻을 져버리고 사드 3부지 이전을 수용하자,
 투쟁은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데…


사드 가고, 평화 오라! 사드 반대를 위한 파란 나비 모양 리본이다. 성주 주민들이 뭐라도 해보자 하는 마음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사드 반대 투쟁을 다룬 영화지만, '사드 영화'로 명명하기보다는 '공감(을 다루는)영화' 혹은 '민주주의 영화' 라 부르고 싶다.


사드에서 나오는 전자파나 사드의 방어능력에 대한 검증 따위는 거의 다루고 있지 않다. 그저 관찰자의 시각에서 성주 주민들이 사드를 알아가고,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사드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시간순으로 보여준다. 특히 주축이 되는 몇몇 인물들의 인터뷰가 영화를 끌어간다.


"박근혜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몇 십년간 보수적인 생각을 가졌던 나를 이렇게 바뀌게 만들다니..."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에 대한 성주 지지율은 경북 지역 평균(80%)보다 높은 86%로 압도적이었다. 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 지역구 국회의원도 19,20대 내내 새누리당(현재는 자유한국당 소속) 이완영 씨가 당선되었다. 이 국회의원 역시 지난 총선에서 69.48%를 얻었는데, 성주에서 가장 많은 득표율(77.31%)을 올렸다.

이완영 국회의원, 사드 제3지역 배치에 동의하고 찬성하는 집회에서


국가를 믿었기에 사드 배치 발표에 더욱 분노하고 허탈했다. 영화에 출연하는 토박이 성주 주민들은 자신들이 총선, 대선 내내 1번(새누리당)을 믿고, 나라를 믿고 투표했다고 털어놨다. 그냥 경북 지역, 성주군민들에게 잘해주니까, 원래 1번을 찍어왔으니까, 정책이나 인물과 상관없이 찍었다고 반성했다.


그래서 였을까. 성주 주민들은 사드 배치 발표 이후 반대 활동을 벌였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페이스북 친구가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은 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 아니냐, 계속해서 1번만 뽑은 성주 사람들 잘못이니 쌤통이다, 당신들은 언제 한 번이라도 광주민주화운동이나 세월호처럼 다른 사람, 타지역의 아픔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느냐'는 말을 했다. 망치로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사실 저는 5.18은 북한의 소행이다라는 당시 선생님의 말을 30년 간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알겠더라고요. 그 사람들도 (사드처럼)그렇게 된거구나. 정말 반성했습니다.
                                                                     
- 성주 주민 이수미 씨(정확한 워딩은 아니고 기억대로 적었습니다.)


그냥 무서운 사드가 우리 지역에 배치될까봐

국가를 믿어준 우리 지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분해서

사드를 반대하는 것은 님비(NIMBY)밖에 안된다.


성주 주민들은 사드를 직접 공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사드 최적지는 한반도 어디에도 없고, 사드는 오히려 전쟁을 촉발할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공부해 만든 유인물을 지역 주민들에게 배포하고, 주민들은 카톡방에서 조직을 만든다.

이른바 1318카톡방, 카톡그룹방의 최대인원수가 1318이라는 것을 주민들을 초대하다가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1318카톡방이 되었다. 그들은 함께 행사를 조직하고, 매일같이 군청 앞에서 촛불을 든다.

주민들은 군수에게 카톡을 보내 항의하고 수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던 와중에, 박근혜 씨가 성주에 제3지역을 배치 가능성을 논하고 성주 주민들은 둘로 갈라진다.

제 3지역 찬성파 vs 어디에도 안돼요파

군수와 이완영 국회의원들과 안보단체 회원들은 군청에서  제3지역 배치 찬성 기자회견을 열고,

그에 맞서 어머니들로 구성된 주민들은 뒤이어 제3지역 배치 반대, 사드 반대 기자회견을 열며 맞선다.

배미영 씨

그 후로 군청 사람들은 군청 앞 시위를 막고, 반대 행위를 방해한다. 주민들은 사드에도 맞서랴 군청에도 맞서랴 진이 빠지는 싸움을 이어간다.

 

그 과정에서 데면데면했던 이웃들과 뜻을 같이하고 위로하며, 성주의 아픔을 넘어 자신들이 무심했던 사회의 아픔에도 관심을 갖는다. 세월호 팽목항에 방문해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팽목항에는 '늦게와서 죄송합니다.'는 현수막을 걸고 돌아오며 눈물을 흘린다.


팽목항에서



영화 이후,


결국 사드는 성주주민들이 걱정하던 성산리가 아닌 소성리 롯데 골프장에 배치된다. 관에서 동원된 일부 주민들과 군수, 이완영 국회의원이 외면하는 것과는 달리, 어머니들이 주축이 된 1318 성주 주민들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사드 최적지는 없다고 말한다. 도둑 배치가 이뤄지던 그 날 새벽 배미영씨는 소성리로 향해 항의했고, 파란나비효과의 첫 상영이 끝나고 GV(관객과의 대화)시간에도 소성리 할머니들과 함께 해달라며 눈물을 보였다.


가운데 박문칠 감독님과 그 옆으로는 성주 주민분들, 아이들까지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했다.


공약집도 보지 않고 그저 1번만 찍던 그들이 깨달음을 얻는 과정,
그 속에서 그들이 반성하고 공감하며 만들어가는 성주는 아름다웠다.

'진정한 민주주의'

말은 거창하지만, <파란나비효과>는 대한민국에 필요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국민으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누군가는 이수미 씨의 페이스북친구처럼 '쌤통이다, 자신이 아픔에 직면해야만 사회에 관심을 갖느냐?'고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그에 대한 답은 이수미 씨의 댓글과 마찬가지다. '뒤늦게 미안합니다.'



성주주민들은 스스로 조직해 행동하고 권력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나아가 타인의 아픔에도 공감했다.

비록 뒤늦었지만, 영화 속에서 성주주민들이 만들어가는 사회는 아름다웠다.


 우리 사회는 아프다.

자신의 이익만 생각한 사람들로 인해 세월호 참사, 삼성중공업 사고 등이 발생하고 있다.

뒤늦게라도, 지금부터라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 첫 걸음은 적극적 투표다.


소성리 할머니분들의 사전투표



성주 주민들이 손수 만든 파란 나비도,

박문칠 감독의 <파란나비효과>도 작지만

그 파란 날갯짓들이 모여 큰 효과가 나타나리라 믿는다.


다행히, 스토리 펀딩을 받고 있는 영화는 5월 25일 개봉을 확정지었다.

다들 꼭 보고 공감하시길.

아래 링크로 가서 후원을 하면 리워드를 받을 수 있다.







민주주의 영화라는 연결고리로 얼마 전에 본 영화를 하나 더 소개한다. 2012년 개봉한 영화 스윙보트다. 이번에는 1번도 안찍던 그러니까 투표에 1도 관심이 없던 한 남자의 이야기다. (스포일러 있음)



#스윙보트



네이버 영화 중

미국 뉴멕시코주의 작은 도시 텍시코에 사는 버드 존슨은 별다른 직업없이 낚시와 맥주를 즐기며 빈둥거리는 중년의 싱글대디다. 정신연령은 아빠보다 더 높을 것 같은 12살 딸 몰리는 이런 아빠를 대신하여 집을 돌본다. 이들의 운명이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 것은 바로 대통령 선거일. 선거시스템의 착오로 선거법에 따라 버드에게만 10일안에 재투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버드에게 주어진 이 한표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던 공화당소속 현대통령과 차기대권을 노리는 민주당 대선 후보중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지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이제 전세계의 매스컴이 버드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양측 대선캠프는 버드만을 위한 대선캠페인을 펼치면서, 버드가 사는 작은 마을은 수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데...

영화 내용이 정말 말도 안되는데 웃기고 의미있는 영화다.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한다.



선거 시스템 오류로 시골에 사는 남자의 한 표가 미국대통령을 결정하게 된다. 주인공인 버드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 심지어 정치를 혐오한다. 투표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이런 아빠와는 달리 함께 사는 딸 몰리는 정치에 관심이 많고 똑똑하다. 하지만 선거권이 없는 초등학생이다.


버드와 딸 몰리


딸 몰리는 투표가 중요한 이유를 학교에서 이렇게 발표한다.


 “세계의 모든 위대한 문명은 같은 길을 따라 왔습니다. 속박에서 자유로, 자유에서 번영으로, 번영에서 만족으로, 만족에서 무관심으로, 무관심에서 다시 속박으로, 우리가 이런 역사에서 벗어나려면 순환 고리를 깨야 합니다.”


이런 어마어마한 생각을 가진 초등학생 딸 그리고 대통령을 결정할 단 한 표(스윙보트)를 쥔 버드에게 모든 언론과 정치인들이 관심을 집중한다. 버드가 사는 시골 텍스코에는 전국에서 취재원들이 몰린다. 민주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도 시골로 내려와 버드의 마음을 얻으려고 말도 안되는 언행을 보여준다.


시골 구석의 버드 집 앞에 모든 언론들이 모여서 밤낮없이 대기한다. 실제 이런일 있어도 이런 모습 재현 가능성 100프로.


예를 들자면,


버드가 멕시코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뺏겨 실업자가 되자 민주당 대선캠프는 이민정책에 반대하고 나서고

마치 트럼프처럼 12년도 영화인데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고 있다!), 동성애 합법화에 반대하던 공화당 캠프는 버드가 '사랑하면 누구든 같이 살아야죠.'라는 말에 동성애 결혼 합법화 광고를 내보낸다.


점점 버드의 말에 따라 공약과 당의 기본 이념이 바뀌니까 후보자들도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친이민단체에는 뭐라고 할건가? 우리 당의 기본 뿌리가 되는 정신이 포용주의잖나

민주당 캠프 선거 본부장: 기본 뿌리요? 이제 우리 뿌리는 버드 존슨이에요.

민주당 대선 후보: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어... 그럼 다양성의 나라 미국은?

민주당 캠프 선거 본부장: 당장 집어치워야죠. 이 친구가 이민이 싫다잖아요. 이기고 싶다면 담쌓고 막아야 돼요.



(표를 위해 버드에게 뇌물을 주자고 선거 본부장이 말하자 난색을 표하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게 하는 말)

늘 하던 일일 뿐이에요. 그 뿐이에요. 웃고 춤추고 표를 사는 거죠.
차이라면 유권자가 하나라는 거죠. 단 한 사람. -공화당 선거 본부장


주목 받는 것을 즐기던 버드는 딸이 집을 나가자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자신의 표가 정말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그리곤 몰리와 함께 전국에서 온 편지(유권자들이 자신을 사정을 담은 편지)를 읽으며 각 현안과 후보자에 대해 밤새 공부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재투표 전 날, 버드 한 명을 위한 후보자 토론회가 열리게 된다.


전국에서 온 편지에 둘러싸인 버드와 몰리


후보자 토론회에서 버드의 발언 일부

저는 받기만하고 베풀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부끄러운 아버지이자 국민이었습니다. 봉사도 희생도 할 줄 몰랐고 가장 큰 의무라고 해봐야 관심 갖고 투표에 참여하라는 것 뿐이었죠. 미국에 진짜 적이 있다면 그건 바로 저일 겁니다. 보잘것없는 제가 훌륭한 두 분을 두고 선택을 하게 됐고 내일 저의 한 표가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내일 뽑히게 될 대통령은 단순히 백악관의 빈자리를 채울 사람이 아니라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 줄 분이어야 합니다. 대통령은 그런 분이라고 배웠으니까요, 미국은 큰 생각을 가진 거인 같은 대통령이 필요합니다. 분별 있게 우리 앞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지헤롭게 미국과 세계를 평화로 이끌어 줄 대통령이요.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저는 진심으로 두 분을 존경합니다.   


발언이 끝나고 버드는 편지를 보낸 유권자를 대신해 후보자를 향한 질문을 읽는다.

그리고 재투표 날, 버드가 투표장에 들어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어이없는 설정이지만 '한 표의 소중함'을 잘 담아낸 유쾌한 영화였다.

생각해보면 버드의 한 표를 얻기위해 발버둥치는 대선 캠프들이나, 누군가의 한 표를 얻기위해 노력하는 대한민국의 대선 캠프들도 다를 바가 없다. 정말 여기서는 한 표일뿐이지,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위해서 유권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모든 후보들은 노력한다.



대선 후보에게 버드의 한 표가 중요하듯 우리들의 표 하나하나도 그만큼 중요하다.

사표는 없다.

여론조사 결과 따위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가진 생각을 성주 주민들처럼 표현하고,

우리가 가진 표 하나하나를 버드의 표처럼 생각하면서

모두가 소중한 한 표 행사하길 바란다!


사전 투표 했습니다!


이만 투표 독려 브런치글 끝.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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