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any Essay #11
어느 순간부터 YouTube는 점점 우리 삶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무언가 모르는 것이 생기면, 우리는 가장 먼저 이 플랫폼에 접속해 세상 어딘가에 있을 ‘가장 근접한 전문가’의 영상을 찾아 문제를 해결한다. 누군가의 지식은 영상으로 축적되고, 누군가는 그 축적된 지식을 검색으로 흡수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또 다른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AI에게, 그중에서도 ChatGPT에게 내가 모르는 사소한 부분까지도 자연스럽게 묻기 시작했다. 누구나 공감할지 모르겠지만, 나 역시 처음 키보드로 AI에게 던졌던 질문은 사람들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던,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고민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AI를 통하지 않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에 도달했다.
특히 디자인 분야에서는 그 변화가 더욱 뚜렷했다. 내가 일했던 독일이나 이탈리아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는 AI 공개소스를 통한 아이디어 유출을 우려해 자체적으로 내부 AI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그 AI가 하루에도 수백 장씩 생성해 내는 이미지는 디자이너들의 일상적인 참고자료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디지털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사람의 손에서 시작된 디자인적 아이디어와 아날로그적인 스케치가 더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물론 기술은 디자이너의 도구에서 시작해, 이제는 누구나 디자이너처럼 살아가게 만드는 긍정적인 동력원이 되었다. 지금은 스마트폰과 인터넷만 있다면, 누구나 자신의 사소한 재능조차도 콘텐츠로 만들고, 이를 통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시대다. 누구나 자신을 브랜딩 하고, 자신을 디자인하는 ‘1인 디자이너’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디자이너’라는 단어가 나에게는 점점 더 모호하게 느껴진다. 더 이상 특정 직업군이나 전문가 집단을 의미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이런 흐름은 아주 오래전부터 서서히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000년대 초반, 내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디자인 프로그램을 배우려 했을 당시만 해도, 배울 수 있는 곳은 드물었다. 대부분의 참고 자료는 구하기 어려운 영문 서적이었고, 강남에 몇 군데 있는 컴퓨터 학원에 한두 달 다녀봤지만, 너무 기초적인 커리큘럼만 반복됐다. 결국 해결되지 않는 부분은 직접 관련 회사에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답변은 친절했고, 내가 실무자가 된 이후에는 나 역시 그런 전화를 받으면 반가운 마음에 정성껏 답하곤 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기부터 이미 ‘1인 전성기’의 기운은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당시 나에게 질문을 보내던 이들은 대부분 고등학생들이었고, 그들은 이미 스스로 부딪히며 성장해 나가는 ‘홀로서기’를 실천하고 있었다.
그 뒤로 나는 독일에 와서 어학원에서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독일어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매일 아쉬운 소리를 하며 질문하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에게 언어 교정을 부탁하는 것이 더 이상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친절한 ‘선생님’이 아니었다. 친구이자 동료였고, 그 관계 안에서는 반복되는 언어 질문을 부담스럽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그래서 언어든 지식이든,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보다는 AI와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 오류를 걸러내는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다. 지금은 그 누구도 기꺼이, 그리고 무료로 누군가의 선생님이 되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모두, 스스로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YouTube에서, ChatGPT에서, 또는 AI가 생성한 수천 장의 이미지 속에서 우리는 방향을 찾고, 길을 만든다. 기술은 우리 모두를 ‘디자이너’로 만들었다. 이제 디자이너란 특정한 직업명이 아니라, 자신을 브랜딩 하고 세상과 연결 짓는 방식을 표현한 함축적인 단어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무수히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걸러낼 것인지에 대한 ‘분별력’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이 모든 기술의 시대가 지나고 나면, 언젠가는 우리가 다시 서로를 직접 바라보고,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AI가 아닌 사람에게 기대고, 스마트폰 대신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그런 날이 다시 찾아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