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any Essay #10
나는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싫어한다".
걷고, 숨차고, 땀 흘리는 그 일련의 과정이 나에게는 고통스럽고, 피하고 싶은 행위였다.
운동이 싫은 것도 아니고, 자연이 싫은 것도 아니다.
그저 나는, 산은 바라볼 때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독일에 산 지 10년이 되었지만, 한 번도 산에 오른 적이 없었다. 주말마다 등산이나 하이킹, 산악 자전거를 즐긴다는 동료들의 제안에도 나는 늘 정중하고도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산에 오르는 게 싫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만 가면 달라진다. 집 근처에 있는 산을 매일 아침 7시에서 8시 사이, 한 번도 빠짐없이 쉬지 않고 뛰어 올라간다. 그것도 1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비가 오든 흐린 날이든, 그 시간만큼은 나 자신과 약속한 루틴처럼 움직였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해졌다. 어쩌면 독일에서의 매일이 나에게 숨찬 시간이라면, 한국에서의 하루하루는 나만의 평온이 담긴 시간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 날, 독일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산에 한번 올라가볼까?"
여담이지만, 주말이든 평일이든 사실 독일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잠깐 여행 오는 게 아닌 이상, 공원을 걷거나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번화가에 나가 잠깐 아이쇼핑을 하는 정도다. 카페에 가고 싶다면 부지런히 아침부터 움직여야 한다. 이미 좋은 자리, 혹은 나름 괜찮다 싶은 카페들은 대부분 만석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사람들이 조금 한산해지는 저녁쯤엔 카페 문이 닫히고, 저녁 8시가 되면 대부분의 상점들도 문을 닫는다. 물론 이건 도시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독일인들이 주말에 산을 자주 가는 것도 이해가 간다. 아침이나 새벽에 대중교통을 타보면, 등산복을 입고 장비를 챙긴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번 주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도착해 올랐던 산은 뮌헨 근교의 "Garmisch-Partenkirchen"에 있는 산이다. 원래 내 계획은 단순했다. "Partnachklamm"이라는 협곡을 산책하듯 걸으며 자연을 느끼고 돌아오자는 것. 입장료 10유로를 내면 웅장한 절벽과 시원한 물줄기를 따라 걷는 인기 관광 코스다.
그런데 나는 길을 잘못 들었다. 생각보다 이정표가 친절하지 않았고, 기차에서 내린 지 10분쯤 지나자 주변에 사람들도 거의 없어 길을 묻기도 어려웠다. 결국 협곡으로 향하는 편안한 산책로 대신, 진짜 ‘등산로’에 발을 들이고 말았다. 그렇게 아침 8시부터 3시간 넘게 산을 타게 되었고,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원래 목적지의 입구에 도착했다.
사실 중간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끝을 보자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잡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묵묵히 걸었다. 숨이 차올라도 멈추지 않고, 힘들어도 계속 발을 내디뎠다. 산을 오르기 싫어했던 나에게는, 이런 단순한 결정조차도 많은 다짐이 필요했다.
산에서 내려온 그날, 하루 종일 이 타지에서의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산은 여전히 좋아하지 않는다. 등산 마니아가 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독일에서의 생활이 끝나기 전에, 일주일에 한 번쯤은 이렇게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자는 생각은 진지하게 하게 됐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주말 산책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이것마저도 작은 도전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독일을 떠나는 날, “이런 시간들을 보내길 참 잘했네.”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번 주말에도, 가벼운 운동화 한 켤레에 물 한 병을 들고, 다시 또 다른 산을 걸어보려 한다.
큰 목표 없이, 속도도 상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