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의 자유를 지키는 울타리

Guardians of Creative Freedom

by 후니

나는 매일 아침,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백지 위에 나만의 상상을 꺼내놓는다. 디자인이라는 세계는 상상력과 현실이 만나는 지점이다. 한 장의 종이에 처음 그어진 선, 색상의 조합, 기발한 생각 - 이 모든 것은 디자인의 언어다. 오랜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이 언어는 늘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왔다. 우리는 디자인을 통해 삶의 경험을 바꾸고, 가치와 편의를 창조하며, 미의식과 문화를 끊임없이 재해석한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언제나 상상력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자유가 가진 소중함만큼 우리는 그것을 지키기 위한 울타리, 곧 저작권의 필요성 앞에서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경계에 직면하고 있다.


나는 대학 시절, 저작권이라는 울타리를 지키지 못해 세계적인 상까지 받은 디자인임에도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 한 교수님의 조언이 아직도 생생하다. “너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상상을 지키기 위한 공부를 같이 해야 한다.” 당시에는 다소 원론적으로 들렸지만, 디자이너로서 다양한 현장에서 여러 형태의 창작물을 보고 겪으면서 이 말의 의미를 실감하게 된다. 그 울타리는 결코 상상력의 날개를 꺾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유로운 비상을 보장하는 최후의 지지대이자 안전망이다. 영향력이 작은 개인일수록, 지키지 않으면 상상력과 노력의 결실을 잃는 일은 결코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 속에서도, 늘 반복되는 질문이 있다.

“아이디어에 완전한 주인이 있을 수 있나? 디자인은 결국 과거와 현재에서 오는 영감에 영향을 주고받는 것 아닌가?”


“모방은 창작의 어머니”라는 말을 빌려, 창작의 역사 자체가 전작의 영향을 밟고 서는 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체적인 창작과 무분별한 도용 사이, 날카로운 철조망이 없으면 상상력의 숲 전체가 병들 수 있다. 그 경계선을 세우는 것이 바로 저작권이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저작권은 최소한의 “질서”와 “존중”을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칙으로 제시해 준다.


특히 디지털 환경이 심화되면서 저작권의 경계는 더욱 복잡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이미지와 데이터 공유, 디자인 소스가 무분별하게 복제되고 붙여넣어지면서 상상력의 유통 구조 자체를 바꿔 놓았다. 클릭 한 번이면 남의 결과물이 내 작업의 일부로, 혹은 전혀 다른 이름과 모습으로 변형되어 세상에 쏟아진다. 저작권 침해 공방은 이제 작은 지역, 도시를 넘어 국경을 초월한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의 관점에서만 보면, 이런 환경은 전문가만의 영역이었던 공간이 열린 창작과 협업, 다원화된 미학이라는 새로운 기회로 확장되고 있다. 그래서 상상력의 “자유”와 “책임”은 오늘날 디자이너에게 동전의 양면처럼 더욱 깊이 자리 잡았다.


개인적으로,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은, “자신의 상상력의 자유가 보호받으려면, 울타리 바깥의 타인의 자유도 반드시 동일하게 존중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만든 창작물이 타인에 의해 임의로 베껴진다면, 그 상상력은 곧 빛을 잃는다. 반대로 내가 무심하거나 욕심에 눈이 멀어 타인의 아이디어를 마치 내 것인 양 활용한다면, 건강한 창작 생태계는 서서히 붕괴된다. 창작의 자유와 권리는 서로 연결된 공동체적 가치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다양한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많이 드러나지 않지만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저작권 의식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청소년 대상 저작권 교육, 스타트업 및 디자인 기업을 위한 가이드라인, 오픈소스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같은 새로운 저작권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짜 디자인”에 대한 기대감, “모방은 창작의 어머니”라는 말로 포장된 카피의 관용, 예술과 디자인의 가치를 낮게 인식하는 일부 기업 문화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다. 이처럼 "법"과 "제도"만으로는 창작자의 권리, 그리고 상상력의 진정한 자유를 완성할 수 없다. 결국 그것을 지탱하는 것은 "사회적 신뢰"와 "상호 존중"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합의다.


사실 내가 독일이라는 곳에서 더욱 분명하게 배웠던 것도 바로 이런 문화적 울타리였다. 독일 역시 법률이 모든 저작권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가 경험한 독일인의 일상에서 배운 진정한 원칙은 "상호 존중의 배려"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상황은, 휠체어를 탄 승객들이 열차에 오를 때 사용하는 받침대 때문에 지하철이 지연되지만, 사람들은 불평 없이 묵묵히 기다리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는 점이다. 전혀 다른 비유 같지만, 나는 이러한 잠깐의 사회적 배려가 저작권 문제에도 통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법과 규칙은 기본적인 틀과 도구를 만들 뿐, 그 바탕에는 함께 책임을 나누는 믿음이 자리한다는 것이다.


기술이 변하고, AI가 창작의 영역을 확장한다 해도 "상상력의 자유"는 인간만의 본질적 가치다. 우리가 주목하는 첨단 기술과 도구 역시 개인의 창의와 상상에서 시작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방치된 자유는 언제든 침해받을 수 있다. 우리는 법과 제도, 인정과 규범으로 그 자유에 울타리를 치고, 자기 창작의 주인으로 뚜렷이 설 때 더욱 자신감 있게, 그리고 책임감 있게 창조의 욕망을 펼칠 수 있다. 그때야 비로소 상상력의 진정한 비상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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