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무게가 아닌 가치

Germany Essay #9

by 후니

독일의 거리를 다니다 보면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뒹굴고 놀거나 바닥에 분필로 낙서를 하고 땅따먹기나 사방치기 같은 놀이를 하며 논다. 그리고 내가 몇 년 전에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독일 식당에서도 아이들이 부모님과 같이 오는 날에는 옆에서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거나 아무것도 없을 때는 종업원에게 팬과 종이를 부탁해서 아이가 그림을 그리면서 놀게 놔둔다. 그리고 이렇게 남긴 흔적들을 밟거나 지우거나 흩트려 놓지 않는다. 그저 빗물에 씻길 때까지 두거나 아니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때까지 두기도 하고 벽 한 칸에 붙여놓기도 한다.


대학교 수업시간 중 하루는 교수님이 방의 조명을 다 끄고 창문사이의 커튼을 반쯤 열어두었다. 그리고 책상에 사과를 하나 놓고 30분 동안 학생들에게 그림을 그리는 과제를 내주셨다. 그 학생들에게 반드시 눈으로 천천히 관찰해 보면서 빛이 어떻게 들어오는지,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정말로 어떻게 보이는지, 그리고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를 반드시 생각하면서 그리라고 말씀하셨다. 실제로 불이 꺼진 넓은 방에 덩그러니 놓인 사과는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정물 스케치와는 다르게 생겼다. 그저 어둠 속에 사과가 덩그러니 놓여 있고 빛이 명확하게 맺히지도, 그리고 분위기 있게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사실 사과가 멋있게 그려질 수가 없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학생들은 저마다에 대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한다. 그리고 사과 하나만을 그린 학생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사실 이건 사과를 멋지게 그리는 수업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오는 모든 것을 바라보고 느끼고 그것에 대한 다양한 영감을 서로 나누는 부분이 크다. 그리고 그 관찰들이 쌓이면 그 시간과 공간은 정말로 나의 경험으로 자리 잡는다.


이 수업은 디자인 수업이었지만 다양한 것을 말해주는 수업이었다. 주제가 만약 사과였다면 사과를 이루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을 통해 사과를 보는 것이다. 단순히 사과만을 바라보지 않는다. 결국 무언가를 하기 위한 시발점은 어디부터 시작되는가에 대한 본질부터 시작하게 된다.


독일의 수업 방식이 이렇다 보니 학교를 들어가기 위한 마페라고 불리는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때 많은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은 정형화된 구성이나 멋진 그림 한 점을 원하지 않는다. 여러 장 혹은 몇 권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본인 삶의 스토리를 원한다. 그렇다 보니 정말 디자인이 하고 싶어서 지원하는 독일인 친구들의 마페는 정말 자유롭다. 오래된 집안 창고의 추억까지도 꺼내서 작품의 한 부분으로 포함시키기에 정말 한 권의 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이런 부분들은 건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나는 건축에 대해 잘 모르지만 대부분의 건축물들은 다시 짓는 것이 아닌 활용과 보존을 통해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잦은 이사 속에서 건물의 겉이나 속의 흔적들로 시간이라는 단어가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이들이 바라보는 가치에 대한 관점으로만 바라볼 때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이로 인한 단점을 말하자면 정말 끝이 없다.


어릴 적부터 독일인들은 이런 환경에 노출되고 일상에서부터 날 것으로 예술을 받아들이고 가치관을 키워가다 보니 작은 것 하나까지도 많은 존중과 관심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해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크게 반작용이 없는 독일이 점점 과거의 빛을 잃어가는 것은 이미 많은 부분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본질을 강조하고 존중하는 시선을 배우게 해 준 독일의 문화와 교육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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