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

Germany Essay #8

by 후니

이것저것 불평의 일상 속에서 사는 독일에서 좋은 점을 하나 생각해 보면 도서관이다.


요즘은 매일 새벽에 헬스장을 갔다가 도서관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 보통 아침 8시에서 아침 9시에 도서관에 도착하면 이미 많은 독일인 혹은 외국인들이 앉아서 책이나 신문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내가 다니는 도서관은 아침 7시에 문을 열어서 저녁 11시까지 하는 운영을 하는 곳인데 다행히도 집에서 지하철로 20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독일 생활 초반에는 도서관을 단지 어학 공부만을 하기 위해 갔었고 대학 생활 때에는 논문을 위한, 혹은 작업을 위한 자료 수집을 위해 갔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백남준 선생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요시토모 나라라는 작가의 작품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시간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취준생과 졸업생 사이에 서 있는 이 시점에서 앞으로 내 삶에 대한 무언가를 위해 도서관을 찾는다. 하루에 딱 4시간을 머물며 나는 처음으로 타의의 이유가 아닌 자의로 선택한 스케줄을 반복한다. 그 시간 동안 영어와 독일어를 다듬고 이렇게 에세이를 쓰거나 디자인 칼럼을 작성한다.


정신없이 4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돌아보면 조용히 공부를 하는 많은 학생들에 더불어서 독일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조용히 책을 보시거나 학생들이 소파에 기대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아니면 부모님이 아이를 데려와 도서관 이곳저곳을 구경시켜 주며 아이에게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 준다.

아마도 내가 가보거나 다니던 도서관 중에서는 그나마 지금 이곳은 분위기가 생각보다 가볍고 자유롭기에 이런 다채로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운데가 뻥 뚫린 구조로 되어있는 이곳은 1층에 오페라 하우스가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중간에 관객들이 나와서 1층에서 와인을 마시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눈다. 그리고 층마다 다양한 활동을 위한 사무실 같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백색 소음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 덕분인지 나는 노트북으로 타자를 치면서도 '조심스럽게'라는 단어에 대해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매일 이런 풍경을 보다 보니 왜 독일의 도서관들이 이렇게 도시 곳곳에 자리 잡았는지 그리고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도서관이라는 곳은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어떤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거리도 생각보다 멀리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안 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나에게 도서관은 너무나 친숙한 공간이 되었고, 나는 공부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에 집중하고 싶으면 도서관부터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한국 같이 개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편안한 독서실, 혹은 스터디 카페 같은 시스템이 없다 보니 더욱더 먼저 생각하게 되는 곳이 되어버린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곳에서 매일 반나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을 보내면서 도서관은 단순히 공부를 하거나 책을 보는 공간은 아닐 것이다라는 느낌을 가진다.


도서관의 근처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원처럼 들려서 막연히 쉬며 시간을 보내거나 책을 보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며 소소한 담소를 나누거나 나처럼 무언가에 집중하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나만의 쉼터로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독일 생활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가 어느 곳으로 이사를 가던, 어떤 도시에 머무르던, 유일하게 무료로 나에게 자리 한 칸을 내어주는 곳이었다. 몇 달 후면 다시 바쁜 여정을 위해서 더 이상 이 쉼터에 올 수 없겠지만 도시 어디를 가든 있는 이러한 쉼터의 다른 풍경과 모습에 내심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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