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정말로 필요한가

Germany Essay #7

by 후니

2015년 당시, 내가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다시 공부하기 위해 처음 베를린에 왔을 때 나는 오히려 '디자인이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하게 됐다.



하루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역으로 내려갔을 때 몸이 불편하신 분이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기다리고 계셨다. 출퇴근 시간이 아니어도 사람이 매번 붐비는 역이었기에 나는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은 지하철의 앞쪽 라인쯤에 서 있었고 그분은 지하철의 가장 맨 앞쪽에 자리 잡고 계셨다. 잠시 뒤 지하철이 도착했고 출퇴근 시간처럼 사람들이 꽉 들어찼다. 그분은 그저 지하철 문 밖에서 기다리고 계셨고 잠시 뒤 지하철을 운영하시는 기관사님이 나오셨다. 모퉁이 한편에는 선로 간의 간격을 매우기 위한 철판이 세워져 있었고 기관사님은 그것을 들고 선로와 지하철 사이에 놓고 지하철을 타도록 도와주셨다. 바쁜 사람들 속에서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는 3분 정도의 시간 동안 모두들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 꽉 들어찬 공간 속에서도 누구 하나 불평하는 단어 한마디 내지 않고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조금씩 만들었다.


또 한 번은 어느 산모분이 유모차를 끌고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내가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 동안 다른 사람들도 그 순간 누구 하나 주저하지 않고 같이 도움을 내밀었고, 그 잠깐의 도움 후에는 미소를 지으며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매번 이런 단편적인 경우의 상황들을 다양하게 겪다 보니 나는 매 순간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디자인은 정말로 필요한가'. 물론 이것은 내 평생의 해결되지 않을 질문이 될 것 같다.


독일에 살면서 항상 거리에서 혹은 시스템적으로 아니면 그 외적으로 많은 불편함과 불평을 말한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에도 바뀌지 않는 노후된 지하철 시스템, 교통 시스템, 느릿느릿 조금씩 바뀌거나 혹은 그대로인 거리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바뀌지 않는 느릿한 사회가 어쩌면 정말로 꼭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혹은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매번 되뇐다.



"디자이너가 직업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 공감을 위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 혹은 문제의 고충을 알기 위해서 휠체어를 타보거나 노인 분장을 하고 거리를 돌아다니거나 아니면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또는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한 무언가를 생각한다"라는 이러한 디자이너의 스토리텔링은 어쩌면 그저 하나의 선물 상자에 좋은 포장지의 역할만을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고 창작하지만 정작 필요했던 건 그저 잠깐의 기다림, 순간의 도움, 그리고 짧은 미소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순간들이 대부분이었다. 정작 시작해야 하는 것은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마음 디자인부터 해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고민에 다시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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