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관심 없어요.

Germany Essay #6

by 후니

독일에서의 생활 중, 가장 듣지 않는 질문은 '나이'에 관한 것이다.


돌아보면 독일인들은 한 번도 내 나이를 물어본 적이 없다.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 대해 가끔 푸념을 하면,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본다. 나로서는 그들에게 나이라는 숫자보다 외적인 모습이나 뿜어내는 분위기가 실제 나이를 대표하는 것 같았다.


법학을 전공하고 다시 디자인으로 방향을 틀어버린 친구, 대학생활 속에서 요식업 창업 경험을 쌓기 위해 사업 계획서를 준비하는 친구, 간호사로 일하던 친구가 다시 학부생으로 돌아간 경우 등, 수많은 독일인 친구들은 자신의 인생 단계를 '초등-중등-고등-대학-취직준비-취업-결혼'과 같은 정해진 순서에 맞추려 하지 않았다. 이들로부터 나는 나이가 단지 숫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내 개인적 경험 안에서 본 독일만의 특성일 수 있다. 6개월 간 이탈리아에서 인턴십을 하며 만난 이탈리아 사람들로부터는 생각보다 많이 나이 관련 질문을 받았으며, 그들 역시 한국 사람처럼 나이와 경력, 그리고 늦게 시작한 일에 대해 걱정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좋음', '나쁨'으로 구분 짓기 어렵지만, 적어도 독일에서의 생활 중 나는 "나이"라는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생각하지만 한국에 있는 친구, 가족과 통화할 때마다 나 자신도 모르게 "나이"라는 숫자와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한 늦깎이 유학생이라는 타이틀에 휩싸이곤 한다. 그래서인지 카카오톡 메시지 알림은 이미 꺼두었다.


결국 나는 나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독일에서 거의 10년을 살면서도 "나이"라는 단어 때문에 오늘도 잠을 청할 수 없는 현실에 마주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고 싶은 마음에 이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지도 모르겠다.


스님께서 '진흙 없인 연꽃 없다'라고 말씀하셨다. 나만의 세상을 연꽃으로 가득 채우기를 바라면서, 진흙에 감사하는 대신 불평으로 잠에 들기 때문에 잠 못 이루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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