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any Essay #3
'Mappe' 가방 - 영어로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넣는 가방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보통 독일에서 미술 관련 대학 입시 지원을 할 때 꼭 필요한 물건 중 하나이다.
베를린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의 일이다. 나는 대학교 지원 시험이 끝나고 집에 있는 네모난 검은색 플라스틱 포트폴리오 가방을 페이스북 중고 사이트에 올렸다. 총 4개의 검정 A2 사이즈 플라스틱 가방이 있었는데 각각 10유로에 올리기로 했다. 미술 관련 대학교에 지원하는 한국인이 많기도 하고 지원 시즌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잘 팔렸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남은 마페가방. 총 4명에게 팔았는데 마지막 남았던 한 가방. 그 가방을 사갔던 소녀만이 기억에 남는다.
2016년 어느 추울 겨울날, 나는 그 당시 학교를 합격하고 난장판이 된 나의 물건들을 하나둘씩 정리하던 때였다. 나는 그 당시 '하인리히 하이네 거리'라는 지하철 역 근처에 살았는데 독일인 친구들은 주로 베를린에서 클럽이 모여있는 동네로 흔히 알고 있다. 그만큼 주말에는 시끄럽고 저녁에는 술 취한 사람들이 많다. 아마 그때가 저녁 10시쯤 된 것 같은데 한 어린 소녀가 검은색 코트를 입고 역 모퉁이에 서있었다. 굉장히 추운 날이었다. 10유로를 받고 마페 가방을 건네주면서 다른 역으로 간다기에 그 역까지 데려다 주기로 하였다. 다행히 집 주변에 역들이 몰려있어서 걸어서 전부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지만 그 동네가 저녁에는 조금 위험하기도 하고 종종 인종차별도 있어서 역 앞까지만 같이 가기로 했다.
그 소녀는 마페가방을 세로로 들고 양손으로 잡고 가는데 장갑이 없어서 손이 빨갛게 달아오른 게 보였다.
그리고 얼굴은 이미 유학 생활에 많이 지친듯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추위에 지친 숨을 내쉬면서 우리는 역까지 걸어갔다. 걸어가는 동안 내내 그 소녀는 두 손으로 마페가방을 세로로 꼭 움켜쥐고 걸었다.
과거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마페가방을 소중히 들고 이번에는 꼭 합격하게 해달라고, 정말 소중히 기도 아닌 기도를 믿지도 않는 이름 모를 신에게 했다. 저녁 12시에 새벽 기차를 타고 난생처음 가는 도시에 대학 시험을 보러 가기도 하고, 기차가 연착되어서 대학교 시험장에 뛰어가다가 넘어지고 손이 다 찢어져서 피를 닦으며 시험을 보기도 했던 그 순간들. 정말 간절했다. 그리고 이름 모를 그 신은 내 간절함에 응답해 주었다.
헤어지면서 남긴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잘 될 거라고, 그 마페 가방은 꼭 잘 되게 해 줄 거라고'. 정말 오지랖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연신 말하면서 그 소녀와 지하철 역 앞에서 인사를 했다.
누군가에게 별일 아닐 수도 있는 일이 그 사람에게는 인생의 시작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시작에 나는 정말 작은 희망이라도 주고 싶었다. 그 단순한 말 한마디가 어린 시절 나에게도 정말 필요했었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지금 이름 모를 신에게 다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내 지친 유학길 속에서 내 걸음이 멈추지 않고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