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들에게 배웁니다.

Germany Essay #4

by 후니

독일 친구들 또는 독일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가장 큰 차이 한 가지를 발견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과의 얘기에서 언성이 높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대화의 내용이 끝나면 끝이다. 그걸 감정싸움으로 가져가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살면서 보았던 독일인들은 그랬다.


독일에 와서 나는 디자인의 가장 근본을 배우고 싶었다. 사실 디자인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가장 항상 고민했던 것 중에 하나다. 물로 한국의 디자인이 근본이 없다는 돌려까기 식의 말이 아니다. 하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르듯이 항상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서 7년 넘게 회사를 다니면서 항상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했었다. 나는 그 튼튼한 뿌리를 배우고 싶었다. 내가 누군가의 상사가 되고 내 자리가 끝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그 고민은 더해졌다. 점점 더 많은 책임감과 함께 나는 그 디자인의 근본적인 해법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이 치열한 경쟁과 책임감 속에서 확실한 해법이 되고 싶었다. '그게 선임자의 자세가 아닐까'라는 나 스스로의 정답을 내렸었다.


그렇게 나는 독일에 와서 디자인의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 이들의 토론 방식을 같이 배우고 있다. 가끔은 정말 놀랄 때도 있다. 과제를 하나도 해오지 않고도 이들은 논리 정연하게 이들의 작업 프로젝트를 설명한다. 이건 좀 다르다. 마치 갓 전역한 병장들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포부로 술 먹고 시간이 없어서 과제를 못하고 교수님에게 말로 어필하며 넘어가는 그런 수준이 아니다. 물론 이건 순전히 15년 전의 '라떼'의 생각이라는 단어를 조심스럽게 추가하고 싶다.

독일 대학교 과제 토론 시간, 과제를 안 하고 입만 터는 이들이 밉지만 옆에서 듣다 보면 마치 과제를 이미 한 듯이 이들의 머릿속에는 자신의 계획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물론 어딜 가나 예외는 존재한다. 나는 내가 경험했던 것들 속에서 일반적으로 느꼈던 경우를 얘기하고 싶다. 그리고 이들과 그 과제에 대해 얘기하면 결국 목소리가 조금씩 커져가는 건 나다. 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침착하다. 나는 이미 시작부터 대화의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목소리가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제는 학교 발표나 피드백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한다. 미리 많은 예문을 써놓고 발표 일주일 전부터 끊임없이 외우고 고민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작 전에 항상 미리 되뇐다. '침착하자. 웃자. 그리고 한번 놀아보자.' 사실 여유로운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부단히 애쓴다. 결국 이런 여유로움과 자신감은 내 디자인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2분짜리 발표, 그리고 잠깐의 피드백 속에서 나는 정말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


물론 파티 계획에 대한 대화의 시간은 얘기가 좀 다르다. 정말 흥분의 도가니로 대화가 시작되니까 이 부분은 제외하고 싶다. 대화도 토론도 뭣도 아니다. 그냥 난장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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