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moon Apr 22. 2024

믿음에 대한 배신

영화 '대부 1'

 많은 영화와 소설에서 배신자와 사기꾼들이 등장한다. 현실에서는 이 보다 더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현실과 영화나 소설의 차이점은 결말에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인과응보라고 믿는 결말은 현실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다. 뉴스에서는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붙잡혀 벌을 받았다는 소식이 나오지만, 이런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경우도 무수히 많다. 처벌 또한 솜방망이에 그쳐서 사기 범죄는 사그라들지 않고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은 누가 치료할 것인가? 물질적인 1차 피해를 넘어서, 정신적인 2차 피해는 가늠할 수 조차 없다.


 우선 인간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다. 타인에 대한 믿음의 대가로 피해를 보게 되면 회복이 쉽지 않다. 그 이후로는 선의로 다가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뭔가 바라는 게 있어서 저러는 거다'라는 생각이 자리 잡는다. 끝없이 의심하고 자신을 사방이 막힌 벽 안에 가두게 된다. 또한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원망이 겹친다. '내가 판단을 잘못해서' '사람을 잘 못 봐서' '내가 욕심을 부려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건 피해자가 자신에게 원인이 있다고 하는 잘못된 상황 인식으로 이어진다. 개인별로 차이는 있겠으나 단순히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이런 피해가 자연스럽게 치유되지는 않는다. 불면증과 두통, 흔히 화병이라고 하는 증상이 심해진다.


 사람으로 인해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난 아직 그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고, 그 말을 믿을 만큼의 내공이 쌓이지도 않았다. 이런 고통스러운 현실을 잠시라도 피하기 위해서 내가 택한 건 책, 음악, 그리고 영화다. 그 세계에서는 내가 못한 복수가 이루어지고 정의가 실현되기도 한다. 난 그 가상 세계의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응원한다. 그 시간 동안만큼은 무기력한 현실은 사라진다. 현실 회피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나에게는 살기 위한 숨구멍이다.


대부의 딸 결혼식에 와서 도움을 청하는 장의사. 막강한 힘을 가진 대부도 후일 장의사에게 부탁을 하는 일이 생긴다.


 영화 '대부'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만큼 많은 배신과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믿었던 사람으로부터의 배신은 충격도 크고 결과 또한 참혹하다. 대부인 비토 콜레오네(말론 브랜도)의 큰 아들은 사위의 배신으로 톨게이트에서 총에 맞아 죽고, 시칠리아로 피해 있던 막내아들 마이클(알 파치노) 또한 보디가드의 배신으로 갓 결혼한 부인을 자동차 폭발 사고로 잃는다. 비토 콜레오네가 죽기 전 마이클에게 남긴 말은 '상대 조직과 대화를 주선하는 자가 배신자다'라는 것이었다. 이는 대부의 장례식에서 누가 배신자인지 드러나고 마이클은 새로운 대부로써 복수에 나선다. 영화에는 마이클이 새로운 대부가 되기까지의 성장 과정이 나온다. 2차 대전에 참전하고 돌아와 가업과는 거리가 먼 일을 하기를 마이클과 아버지 또한 바라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동안 조직을 키워오면서 당했던 설움을 더 이상 겪지 않게 하려고, 마이클이 대학을 나와 정계에 들어가 주지사나 상원의원이 되길 원했다. 그러던 중 가업을 이을 예정이던 큰 아들 소니가 죽음으로 인해 막내아들인 마이클이 그 자리를 맡고 대부 자신은 뒤로 물러난다.


 '대부'는 명작이지만 의외로 아직 보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상영시간이 길기도 하고 폭력, 마피아 등의 내용을 좋아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쉽게 재생 버튼을 누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은 꼭 보기를 추천한다. 대부는 총 3부작으로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1편 만한 후속작은 거의 없지만 대부는 예외다. 개인적으로는 2부가 가장 좋았다. 2부는 마이클이 새로운 대부로써 성장해 가는 과정과 아버지인 비토 콜레오네의 젊은 시절 이야기가 교차해서 나온다. '로버트 드 니로'가 젊은 비토 콜레오네 역으로 나온다. 3부는 노년의 대부 마이클의 이야기다.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은 2부를 끝으로 '대부' 시리즈를 끝내려고 했었다. 그러나 이후 코폴라 감독 영화들의 연이은 흥행 실패로 인한 재정 악화와 영화사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3부 감독을 맡게 되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3부는 전작들에 비해 좀 아쉽다. 또한 코폴라 감독은 가족들을 영화에 출연시켜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코폴라 감독의 여동생인 '탈리아 샤이어'는 말론 브랜도의 딸 역할로 나왔다. 영화 '록키'에서 실베스터 스탤론의 여자친구 '애드리언' 역할로도 기억된다. 3부에서 마이클의 딸로 나오는 '소피아 코폴라'는 감독의 딸이다. 3부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데 큰 역할을 할 정도로 발연기를 보여 줬다. 다행인지 연기를 그만두고 감독으로서는 괜찮았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등의 영화를 연출했다.


 지금은 검색만 하면 위의 내용들은 쉽게 알 수 있다. 인터넷 이전에는 영화 잡지나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서만 알 수 있었다. 배우들이 어떤 영화들에 나왔었는지는 영화를 많이 보고 관심을 좀 가지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된다. 하지만 영화 제작의 뒷이야기나 개인적인 일들은 알 수가 없었다. 오히려 넘쳐나는 정보로 인해 피로를 느끼고, 불필요하고 부정확한 정보를 거르는 게 일이 된 지금이다.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가 넘쳐난다. 이 또한 정보화 사회의 이면이고 순진한 대다수 사람들에 대한 배신이다.


 '대부'는 단순히 마피아에 대한 이야기 만은 아니다. 그 안에는 개인의 성장과 몰락뿐만 아니라 가족, 이민자, 부패한 권력 등 현실의 많은 문제가 담겨 있다. 조만간 '대부 2'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겠다.

 

작가의 이전글 언제쯤 영어가 편해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