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moon Apr 28. 2024

 과거로? 혹은 미래로?

영화 'Back to the Future'

 화창한 일요일 아침 햇살을 받으며 집을 나선다.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다. 며칠 전부터 거리 곳곳에 붙어 있는 영화 포스터를 보며 개봉하기 만을 기다려왔다. 미국에 사는 사촌이 2년 전쯤 편지에 이 영화에 대해 썼던 말이 기억난다. 너무 재미있었다고. 바로 우리나라에서 개봉하지 못한 건 영화 내용에 대한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얘길 들었었다.


 나에겐 영화를 같이 보러 다니는 단짝이 있다. 한 달 평균 두 번 이상은 같이 영화를 보러 다니는 것 같다. 둘이 번갈아 가면서 표를 산다. 극장 앞에 먼저 도착해서 표를 사고 친구를 기다리며 영화 포스터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포스터는 영화에 대한 구구절절한 홍보 문구가 잔뜩 들어가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같은 반 다른 친구도 보였다. 그 녀석도 혼자 온 것 같았지만 아는 척하거나 같이 보자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서로 말도 거의 하지 않는 그런 사이다. 아무튼 기다리던 친구가 도착하고 극장 안으로 들어가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아침 첫 상영이었는데도 사람이 거의 가득 찰 정도다. 사람들이 자리를 잡는 사이 Richard Sanderson의 'Reality', Cook da Books의 'Your Eyes' 등 팝송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영화관이 어두워지고 광고가 나온다. 안경점, 호프집, 옷가게 등 극장 주변 시내상점들의 광고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애국가가 나온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애국가 화면을 보고 있다. 다행히도 대한뉴스 상영은 없었다. 커다란 지구모양의 Universal Studio 로고가 나오고, 수많은 시계들의 째깍거리는 초침 소리와 함께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다. 모든 게 새롭고 기발한 내용이다. 과거의 사실을 바꾸면 미래가 바뀐다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특히나 주인공과 같은 고등학생인데 미국과 한국의 학교 생활은 너무나 다르다. 심지어 30년 전으로 간 1955년의 학교 분위기가 부러울 정도다. 앉은자리에서 영화를 세 번 연속 보고 나서야 극장 밖으로 나왔다. 시종일관 재미있기도 했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서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 어느새 늦은 오후가 됐다.


 1987년 어느 일요일이었다.


Twin Pines Mall 주차장에서 타임머신을 시운전하는 Brown 박사와 Marty. 이민을 와서야 쇼핑몰 주차장이 왜 저리 넓은지 이해하게 됐다.

 모든 게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날의 공기, 온도, 극장 안 냄새까지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고 오히려 더 또렷하게 기억나는 순간들이 있다. 주인공 마티가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다. 난 마티가 2편에서 갔던 2015년 미래보다 더 멀리 와 있다.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나 미래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물론 다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하나만 선택하라면 어디를 선택할까? 영화를 처음 봤던 학창 시절에는 그때까지 살아온 시간도 길지 않았고, 답답한 학교 생활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당연히 미래를 택했을 것이다. 물론 미래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 그리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지나온 세월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타임머신의 시간을 과거로 세팅하고 있을 것 같다. 30년 전쯤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싶을지도 생각해 본다.


  우선 지금은 만나 뵐 수 없는 돌아가신 부모님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당시에는 밖으로 나돌아 다니느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고 그나마 같이 있는 시간에도 그저 묻는 말에만 대답하는 정도로 대화가 없었다. 아들만 둘이었던 부모님은 얼마나 자식 키우는 재미가 없었을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그리고 아프시기 전에 건강검진도 자주 해드리고 싶다. 병세 초기에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았다면 좀 더 오래 건강하게 지내셨을 텐데. 아직 살아계셨다면 회사도 그만두지 않았을 거고, 이민은 더더욱 생각하지 않았을 거다.


 1994년으로 되돌아간다면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하고 싶다. 단순히 학점을 높이는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지식을 쌓고 싶다. 또한 영어뿐 아니라 다른 외국어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이건 지금도 가능한 게 아닐까? 물론 지금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거지만 20대에 시작했다면 좀 더 효과적이었을 거다.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공부하기에 좋은 때가 있는 건 맞는 것 같다.


 중요한 건 내가 과거를 그리워하는 지금 이 시간도 언젠가는 다시 되돌아가고 싶은 과거가 될 것이다.


  'Back to the Future'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이 영화도 시리즈로 3편까지 나왔지만 역시나 1편이 가장 좋다. 1985년 현재에서 30년 전(1955년)으로 돌아가서 고등학생인 부모님이 커플이 되도록 도와주는 한편 미래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이 주된 내용이다. 2편은 30년 후인 2015년 미래의 모습을 미리 보는 것과 1편에서 나왔던 부분과 교차하는 장면들이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한 3편은 전편들에 비해 긴장감도 떨어지고 매력적이지 못했다.


 그 후로도 대학교 어학실에서 비디오테이프를 대여해서 영화대본을 넘겨가며 수도 없이 다시보곤 했다. 지금은 넷플릭스에서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첫 장면을 볼 때마다 극장에서 처음 봤던 그날의 설렘이 되살아나 아직도 날 미소 짓게 만든다. 지금 난 타임머신을 타고 1987년 어느 일요일 아침에 도착했다.


마티의 여자친구 제니퍼 역에 'Claudia Wells'.  2편부터 'Elisabeth Shue'로 교체됐다.


작가의 이전글 믿음에 대한 배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