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moon Jun 07. 2024

상담원과 전화 영어하기

차라리 이메일이나 문자로 보내주세요

 얼굴을 마주 보며 영어로 대화하면 상대방의 표정이나 몸짓 등을 통해 정확히는 몰라도 대충의 의도는 파악할 수 있다. 반면 영어로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모든 신경이 듣는 것에 집중되어 있어도 수화기 너머 상대방의 속사포에 한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나름 단단히 대비하고 있던 멘털은 급격히 무너진다. 계속해서 쏘아대는 상대방의 공격을 잠시 멈추게 하고 휴전을 제안한다.

 'Pardon?'

 이런 멈춤이 반복되다 보면 상대방이 속도를 늦추고 차근차근 얘기하는 경우도 있고, '못 알아듣는 건 네 사정이지'라는 식으로 자기 갈 길을 그대로 가는 경우도 있다.


 또 하나의 장벽은 다양한 억양과 발음이다. 요즘 이민자들이 전화 상담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만큼 제각각의 영어를 한다.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인도식, 중국식 영어다. 이들과 마주 보며 대화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전화 통화는 더더욱 힘들다. 미드 'Big Bang Theory'에 나오는 'Rajesh'의 인도식 영어를 들어보신 분들은 아실 거다. 물론 한국식 영어 발음을 못 알아듣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Big Bang Theory'  Penny와 Rajesh

 캐나다에는 인터넷, 통신비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예를 들어 인터넷과 TV를 일정 기간 약정을 하면 얼마 동안 할인을 해주고 그 이후에는 원래의 높은 금액을 받는다. 이때 해당 업체에 연락을 해서 '이제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다른 데로 옮겨야겠다'라고 하면 기존의 할인 금액 적용 기간을 연장해 주기도 한다. 이런 협박(?)이 안 먹힐 경우에는 다른 업체의 할인 프로모션을 찾아봐야 한다.


 간혹 약정기간이 남아 있는 동안에도 다른 업체에서 할인행사 프로모션 전화가 오기도 한다. 위의 모든 경우 처음에는 거의 전화로만 했었다. 통화 녹음 기능도 없고 알아듣기도 힘든 말을 겨우 겨우 메모해 가며, 약정 내용을 재차 확인했는데도 나중에 청구된 실제 금액이 다른 경우들이 있었다. 전화 통화 말고는 증거가 없으니 안 되겠다 싶어 나중에는 '지금 바빠서 계속 통화할 수 없으니 이메일이나 문자로 해당 내용을 보내 달라'라고 했다. 그렇게 증거를 남겼는데도 나중에 금액이 올라가서 해당 홈페이지 상담원에게 실시간 상담 문자를 보냈다. 계약 당시 받은 문자를 함께 첨부해서. 돌아온 답변은 '해당 직원은 임시 판매직이었고 지금은 그만둔 상태라 확인할 수 없다'는 거였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이건 단지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다.


 캐나다는 아직도 독과점에 가까운 대기업들의 횡포가 심하다. 소규모 신생업체들이 생겨나고는 있지만 서비스나 안정성에서는 갈 길이 먼 것 같다는 평들이 많아서 주저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서비스하는 지역이 한정되어 있어서 사용하고 싶어도 불가한 경우도 많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도 특정 이동통신사를 제외한 다른 통신사의 핸드폰 신호가 너무 약해서 집안에서 통화가 불가능하다. 시골도 아닌 시내 한복판인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한 통신사만 이용해야 하는 상황인데, 다른 통신사와 얘기할 때마다 '당신네 신호가 안 잡힌다'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우리 시스템상에는 문제가 없는 걸로 나온다'는 답만 할 뿐이다. 분명 우리 동네 사람들도 알고 있을 텐데 10년이 훨씬 넘도록 그대로 인걸 보면 앞으로도 개선될 것 같진 않다.


 한국의 서비스와 가격을 생각하면 스트레스만 쌓일 뿐, '그런가 보다'하고 넘어가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나의 정신건강에 이롭다.

작가의 이전글  과거로? 혹은 미래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