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학자와 프로파일러의 차이
“범죄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와, 프로파일러 되려고요?”
이 대화, 열에 아홉은 이렇게 흘러간다.
처음엔 웃으며 대답하지만 이게 반복되다 보면 한 번쯤은 묻게 된다.
‘왜 다들 범죄학 하면 프로파일러부터 떠올릴까?’
아마 많은 이들이 <크리미널 마인드> 같은 미드를 봤을 것이다. 차가운 눈빛의 프로파일러가 현장을 휘휘 둘러보며 범인의 심리를 분석하고, 마침내 “그는 외동이었고, 엄마와의 관계가 억눌렸을 겁니다”라며 용의자를 특정해낸다. 그 장면, 멋지다. 나도 좋아한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범죄학은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를 묻는 학문이다.
범죄학은 말 그대로 ‘범죄(crime)’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연구’란 특정 사건을 분석하거나 용의자를 추적하는 게 아니다. 범죄학자는 “왜 이 사회에서 이런 범죄가 반복되는가”, “어떤 사회구조가 특정 계층에게 범죄를 더 많이 유발하는가”를 분석한다.
가령, 청소년 범죄가 유독 특정 지역에서 높게 나타난다면, 그 이유는 학교 환경일까? 가정 배경일까? 아니면 사회적 낙인이 작용했을까? 범죄학자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통계와 데이터를 통해 답을 찾아간다. 개인의 심리보다 사회에, 개인보다 구조에 집중하는 학문이다.
프로파일러는 ‘그는 왜 그렇게 행동했는가’를 묻는다
반면 프로파일러는 사건 중심이다. 그들은 특정 사건, 특히 강력범죄 현장에서 범인의 ‘심리와 패턴’을 분석한다. 범행 수법, 도구 선택, 이동 경로, 심지어 범죄 전후의 행동까지 읽어내며, 범인이 누구일지 좁혀간다. 프로파일링은 수사의 한 과정이지, 하나의 독립된 학문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사실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은 범죄학보다 범죄심리학에 가깝다. 이 둘은 언뜻 닮았지만, 접근 방식이 다르다. 범죄심리학은 범죄자의 내면을 깊이 파고든다. 반면 범죄학은 내면보단 ‘배경’을 본다. 나는 이 둘의 교집합이 넓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사회학과 심리학의 얕은 교집합’이 바로 프로파일러라는 직무의 정체성이 아닐까 싶다.
그럼 왜 다들 헷갈릴까?
첫째, 미디어 때문이다. 드라마와 영화는 범죄학자든 프로파일러(범죄심리학자)든 다 똑같이 천재 수사관으로 만들어 버린다. 물론 극적 연출이 필요하니까 이해는 간다.
둘째, ‘프로파일러’라는 단어가 너무 멋져 보인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행동분석관(Behavioral Analyst)’ 또는 ‘범죄심리전문가(Investigative Psychologist)’ 등 세분화된 명칭을 사용한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걸 그냥 “프로파일러”라고 퉁친다. 그러니 더 매력적이고 더 모호하다.
셋째, 입시(?) 마케팅도 한몫한다. 일부 대학교나 평생교육원 블로그 등의 게시글을 보면 범죄학을 전공하면 당연히 프로파일러가 될 수 있다는 식의 홍보하기도 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정확한 말도 아니다. 범죄학에 범죄심리학이라는 이수 과정이 있을 수는 있으나, 위에서 말한 것 처럼 프로파일링은 심리학을 베이스로 다양한 증거와 범인의 연관성 등을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수사기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다면?
범죄학을 전공하기 전에 자신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이 있다. 나는 개인의 심리를 파고들고 싶은가? 아니면 사회 전체의 구조를 분석하고 싶은가? 전자가 좋다면, 심리학 기반의 공부가 훨씬 유리하다. 나중에 경찰이 되더라도, 심리분석 특채나 관련 경력을 쌓아야 프로파일러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물론 범죄학 특채도 있는 것으로 안다.) 후자에 끌린다면, 범죄학은 정말 매력적인 학문이다. 직접 범인을 잡지는 않지만, 범죄를 줄이는 정책을 만들 수 있다. 내가 보고, 분석하고, 제안한 시스템이 수많은 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일이다.
범죄학자는 범죄를 보는 사람이다. 구조, 맥락, 경향을 본다. 프로파일러는 범죄자를 읽는 사람이다. 심리, 행동, 흔적을 읽는다. 어쩌면 둘은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른 방향에서 들여다보는 전문가들일 것이다. 그러니 다음에 누군가 범죄학을 한다고 말하면, 이렇게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그럼, 범죄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