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처벌과 범죄학: 억제이론과 합리적선택 이론
"사형이 있었다면 저 범죄는 일어나지 않았을까?"
"형량을 두 배로 늘리면 범죄가 절반으로 줄까?"
형벌은 우리 사회가 범죄에 대응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그런데 과연 이 수단은 우리가 믿는 것만큼 효과적일까?
범죄를 줄이기 위해 도입되는 형사정책은 대개 '억제'라는 개념에 기반한다. 고전주의 범죄학의 출발점이기도 한 이 개념은 인간을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하는 존재로 본다.
체사레 베카리아(Cesare Beccaria)는 『범죄와 형벌』(1764)에서 "형벌은 범죄로 얻는 이익보다 커야 범죄가 예방된다"고 주장했다. 이 전제를 토대로 억제이론은 형벌의 두 가지 효과를 제시한다. 하나는 '일반 억제(general deterrence)'라는 개념이다. 타인의 처벌을 보고 범죄자가 범죄를 포기하는 경우를 말한다. 다른 하나는 '특별 억제(specific deterrence)'다. 처벌을 받은 자가 재범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효과를 말한다.
이론적으로는 납득할만하다. 하지만 실제로 억제 효과는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충동적 범죄나 심신미약 상태에서 벌어지는 사건에서는 아무리 무거운 형벌이라도 사전에 범죄를 막지 못한다. 반대로, 경제범죄나 조직범죄처럼 이익과 손실을 계산할 수 있는 범죄 유형에서는 억제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다. 즉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의 의사결정능력 내지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지적상태(교육 등)에 따라 범죄라는 선택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억제이론은 ‘강력한 형벌 = 높은 억제력'이라는 잘못된 도식으로 오용되는 경우가 많다. 위에서 언급한 베카리아의 말은 때때로 사형제도 같은 극형의 논거로 사용된다. 재밌는 것은 사실 베카리아는 과도한 형벌을 반대했다. 형벌은 확실하고 신속하며, 범죄의 중대성에 상응하는 정도로만 엄정해야 한다고 봤다. 지나치게 무거운 형벌은 오히려 법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낮추고, 범죄 예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베카리아는 사형제도에 대해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형을 "국가가 사람을 죽임으로써 살인을 막으려는 모순된 방법"이라고 비판했으며, "사형은 효과적인 공포가 아니라 잔혹한 관습의 유물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신 그는 징역형이나 자유를 박탈하는 방식의 형벌이 훨씬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위하효과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그의 견해는 당시 유럽 사회에서 사형을 당연시하던 분위기 속에서 매우 급진적이었고, 이후 인도적 형사정책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사형과 범죄 억제 효과의 관계는 오랜 기간 연구되어 왔다. 미국은 사형의 범죄 억제 효과를 실증적으로 조사해 왔다. 초기 연구는 대부분 사형이 살인을 억제하지 못한다고 결론지었지만, 1975년 경제학자 아이작 얼릭(Ehrlich)은 "사형 집행 한 번이 살인 7~8건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수많은 후속 연구들은 얼릭의 주장을 지지하지 못했다. 특히 Donohue와 Wolfers(2006)는 관련 연구들의 데이터를 다시 분석해 사형이 범죄를 억제한다는 유의미한 통계적 증거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2012년, 미국 국립연구회의(National Research Council)의 요청을 받아 연구한 Nagin과 Pepper 역시 사형제도가 살인을 감소시키는지 여부는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으며, 사형의 억제 효과를 근거로 정책적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연구도 비슷한 맥락을 보인다. 사형 제도가 실제로 범죄를 억제한다는 국내의 실증적 연구는 매우 부족하며, 해외의 연구결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사형의 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특정 연구에서는 사형 집행 이후 폭력적 범죄가 증가하는 '반위하효과(brutalization effect)'가 나타나기도 했다.
억제이론을 근거로 한 대표적인 형사정책에는 '삼진아웃제도', '무기징역', '장기형 선고', '예방구금' 등이 있다. 이런 제도들은 주로 재범 방지를 목적으로 설계된다. 미국의 삼진아웃제도는 세 번째 중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하는 방식인데, 시행 초기에는 범죄율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 제도는 경미한 범죄에도 과도한 형벌을 적용하는 결과를 낳았고, 교정시설 과밀화, 사회복귀 어려움, 인권 침해 등의 부작용이 심각하게 지적됐다. 억제효과도 뚜렷하지 않았고, 비용 대비 효과도 낮다는 평가가 많았다.
즉, 억제이론은 범죄 예방정책의 한 축으로 의미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억제는 인간이 손익을 계산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작동하지만, 모든 범죄가 그런 조건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강력한 처벌이 범죄를 줄일 거라고 믿지만, 범죄학 연구는 처벌의 강도보다 처벌의 확실성과 즉각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간은 늘 합리적이지 않다. 분노, 충동, 또는 심신 미약 상태에서는 무거운 형벌조차 범죄 억제 효과가 없다. 중요한 것은 범죄자가 '처벌을 확실히 받게 될 것'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사형처럼 돌이킬 수 없는 처벌이 실제로 효과적인 범죄예방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면, 이는 정의롭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은 제도일 수밖에 없다. 처벌 정책은 감정이나 직관이 아니라 과학과 통계적 증거에 기반해야 한다.
범죄 예방의 목표는 복수가 아니라 재범 방지와 사회의 안전이다. 효과가 불확실한 극형을 고집하기보다는, 범죄 억제 효과가 입증된 방식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처벌의 무게보다 처벌이 확실하고 예측 가능하다는 신호를 사회에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인간은 정말 처벌을 계산하고 범죄를 멈출 수 있는 존재인가? 그렇다면 형벌은 강해야 하는가, 효과적이어야 하는가?
그 답은, 아직 우리 사회가 스스로 찾아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