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사랑을 생각하며...)
길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그 길은 내 의지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때론 마음의 변화에 따라 그 방향이 바뀌기도 합니다.
열흘간의 긴 걸음으로 안나푸르나의 산군을 바라보며 쉼없이 걸었지만, 내가 무엇을 찾고자 이 높고 먼 곳까지 걸어 왔는지 그 의미는 이미 머리 속에서 퇴색되어 갑니다.
높고 깊은 곳에 위치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도달했지만, 날씨는 몹시 춥고 눈은 계속해 내립니다.
안나푸르나의 깊고도 깊은 밤과 차가운 기온은 모든 것을 웅크리게 하지만, 이 황량하고도 높은 곳을 그리워 하며 몇 년간이나 찾아 가겠다는 꿈을 꾸어 왔습니다.
세면할 곳도 없지만, 물 반 컵으로 양치질을 하고, 물티슈로 얼굴과 발을 닦습니다.
내일이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지만, 이 곳에 정신 줄을 놓아버리고 세상의 모든 것들을 잊어버린 채, 더 머물다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난 왜 여기까지 왔던가?
누군가 가라고 강요하지도 않았고, 이 높고 황량한 설산에 어떤 물질적인 이득이라도 얻을 것이 있어 오지도 않았습니다.
오직 스스로의 의지로 이 황량한 곳을 찾아 힘들게 걸어걸어 왔지만, 정작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내가 넘지 못할 안나푸르나 산군山群들이고, 그 끝은 결국 높은 허공 뿐입니다.
칠흑漆黑과 같이 어두운 안나푸르나의 차가운 숙소에서, 오직 해드랜턴에 의지하여 지금 글을 쓰고 있지만, 정작 와보니 이 황량한 곳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불어대는 바람소리에, 오히려 가슴 속 깊숙히 갇혀 있던 내 존재의 이유없는 고독이 삐죽이 고개를 내밀고, 나의 내면세계에 언제나 자리잡고 있던 인간본연의 이유없는 슬픔이, 나를 울컥하게 만듭니다.
지금 숙소 바깥에는 눈이 쌓여있고, 어느 곳 의지할 수 있는 온기 하나 없는 이 곳에서, 침낭 속에 든 따뜻한 물 한 통이 내 체온을 유지해줄 수 있는 온기의 전부이다 보니, 그래서 더욱 나를 외롭고 고독하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찾아온 이 길이 어떤 의미로 내게 다가오던, 그 모든 것은 종국적終局的으로 내 의지에 따른 결과입니다만, 그러나 너무도 황량하고 깊으며, 높고도 슬픈 고독의 길이고, 내 삶에 있어 방랑의 길이기도 합니다.
무릇 내 가슴 속에서 일어나는 절대고독에 대한 나의 내면세계를 들여다 보고 싶었고, 어찌보면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 방황하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올라왔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일이면 다시 이 고독한 곳을 빠져 나가야 하고, 나에게 보이는 것은 차가운 설산 속에 허망하게 서있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뿐입니다.
내가 찾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으며, 이 고독한 곳에서 무엇을 얻으려고 여기까지 왔던가를 생각하니, 그냥 이유없이 눈물만 흘러 내립니다.
내 존재의 어슬픈 아픔에게 가없는 질책으로, 내가 나아갈 길 어디에서라도 모든 것이 아름답고 자유로움으로 새롭게 승화되기를 진정으로 바라지만, 지금 나에게 가득한 것은 연민憐憫에 대한 내면內面의 이유를 모르는 절대적 아픔 뿐입니다.
내 삶이 어디로 향하든 내 의지로 나아가겠지만, 지금 이 자리에 서서 나를 바라보니, 그 속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차갑고 어두우며, 길고도 거친 암흑의 그 끝 지점에 서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숨통의 꼭지에 입을 들이대고 열심히 호흡 하느라, 가쁜 숨을 몰아 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슬픔일까요?
내 존재도,
내 과거도,
내 미래도,
지금 이 황량한 설산에서 나에게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듯 공허합니다.
살아온 모든 것이 허공으로 날아가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며, 흘러간 세월에 그냥 가슴 한 켠이 아려오기도 합니다.
살아갈 나머지 나의 세월은 그냥 모든 것이 공허空虛하지 않고, 아름답게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다시 생각 해보면 바로 나를 사랑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나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이,
지금 내가 이 황량한 설산에서 찾고자 했던 모든 것은 아닐런지요.
내일 ABC(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에 해가 뜨면,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가슴 가득 담아야겠습니다.
내려가는 길이 다시는 못올 듯 아쉽고 미련이 남지만, 흘러가는 나의 세월이 공허하지 않고, 고독하고 깊은 슬픔의 길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것처럼, 내일은 그렇게 돌아가 야겠습니다.
내가 찾고자 했던 그 깊고도 깊은 인간본연人間本然의 절대고독絶對孤獨과, 이유없는 방랑의 길을 까마득히 잊어버린 것처럼,
그렇게.....
| ABC 숙소에서 삶과 사랑을 생각하며…… |
P091211-21 W091217
나에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그 삶의 열정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히말라야의 깊은 곳에서 빛나는 푸른 별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내 삶의 가장 큰 에너지이고, 가장 아름다운 행복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우리들 삶의 모든 것은 흘러갑니다.
내가 집중을 하던 하지않던, 그렇게 누구에게나 주어진 공평한 시간,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사는 일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사랑하는 일, 사랑받는 일, 주변을 배려하는 일, 시간은 바로 그런 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공평한 가치일 것입니다.
주어진 지금 이 순간,
잡으려 하지말고, 그 속에서 알차게 행복을 즐기고 누리시길..
우리들 삶에서, 그 이외에는 남을 것이 아무 것도 없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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