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에서...

(백두산白頭山 서파西坡, 북파北坡 트레킹)

by Hoo








백두산에서...





(D1)

인천공항 폭우로 인하여 중국에서 오던 비행기는 대련으로 회항하고, 다시 올 때까지 네 시간여 출국장 한정된 공간에서의 기다림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같은 동네 김선생님, 박선생님과 면세점을 돌아다니며 항공사에서 나눠준 무료 쿠폰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먹기도 하며 긴긴 시간을 기다린 결과, 그래도 폭우는 그쳐주어 늦었지만 장춘공항을 향해 이륙했습니다.


먹구름을 뚫고 하늘을 오르니, 긴 기다림의 시간은 멋있는 뭉게구름으로 화답해 주었습니다. 비행기 창문을 통해 셔트를 누르는 사이, 어느듯 비행기는 장춘공항에 내렸습니다.


신종 플루 덕분에 인천공항에서, 기내에서, 장춘공항에 도착하여서도, 몇 차례의 기나긴 검사로 줄서기를 반복하였습니다.


장춘시는 이미 일몰시간이 가까웠고, 송강하를 향하여 고속도로를 달리는 내내 만주 벌판에는 멋있는 먹구름과 커다란 쌍무지개들이 여기저기 나타났습니다.


긴 기다림의 시간이 쌍무지개 아름다움으로 화답해 주었던 것이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가는 도중, 캄캄한밤중에 시골의 어느 식당에 내려 저녁을 먹었지만 참 입맛에 맞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60년대 시골 화장실과 같은 모습에서, 힘들고 어려웠지만 잘 살아보겠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우리들의 아련했던 지난 시절 자화상을 보는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현지시간 새벽 3시가 넘어 송강하의 유일한 호텔인 백계산장에 투숙 하였습니다.







(D2)

겨우 2시간여 잠자고 일어나, 서파로 향합니다. 비행기 연착으로 하루가 바빳지만 공기가 깨끗해서인지 그래도 정신은 맑았습니다. 오늘부터 백두산 트레킹입니다.


송강하의 백계산장에서 버스로 서파를 향합니다. 구름은 좀 있었지만, 달리는 내내 하늘도 맑았고 오늘의 날씨는 좋을 것 같은 그런 예감이었습니다.


서파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하늘은 먹구름이 덮혀 있었고 바람도 거세게 불었지만, 올라가다 보면 날씨가 곧 개일 것이란 기대감을 놓지 않았습니다.


서파 주능선에 올라섰지만, 짙은 안개가 가득하여 몇 미터 앞 조차 분간하기 어려웠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일단 출발하며 백운봉만 넘어서면 날이 개일 것이란 기대 속에 전진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우박이 떨어지고 강풍이 부는 가운데, 백운봉을 몇 백미터 앞두고 폭우가 쏟아집니다. 김선생님과 나 그리고 중국측 가이드는 나아가자고 주장 했지만, 더이상 전진 했다가는 큰 사고가 날 것 같은 악조건에서, 한국측 가이드가 회귀를 결정합니다.


단 몇 분만에 몸은 모두 비에 젖어 버렸고, 신발 속으로 물이 흘러 들어와 걷는 내내 질퍽거렸습니다. 거센 비바람에 앞을 볼 수도 없었으며, 파고드는 바람에 몸은 극도로 식어갔습니다.


저체온증이 찾아와 턱과 온몸을 마치 사시나무 떨 듯 하면서, 죽을 듯한 저 체온증을 견뎠습니다. 대피소 하나 없는 백두산에서, 겨우 내려와 비를 피해 공중화장실로 피신하였지만, 삶과 죽음이 한 순간이고 결코 이원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내려오는 내내 살아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저체온증을 견뎠고,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장백산맥을 따라 전용버스로 몇 시간을 달려 이도백하에 도착하니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랬습니다.


참 허무합니다 ~ ^^*


오는 길에 장뇌삼밭을 들러 김선생님과 같이 장뇌삼 한 뿌리씩을 사먹었더니 몇 시간을 술취한 듯 했습니다.







(D3)

한 번이라도 손님을 더 태워 돈을 벌려는 중국 운전기사의 미친 듯한 속도와 운전솜씨로, 짚차를 타고 좁고 위험한 커브길을 달려, 북파 가까운 주차장에 도착 하였습니다. 보행로를 따라 느리게 걸어가는 관광객들을 제치고, 뛰어가다 싶이 사진을 담으며, 천지를 향하여 달려 갔습니다.


북파 천문봉을 향하여 올라서며 천지를 보는 순간, 나는 그 아름다운 모습과, 우리 한민족기상의 발원지라는 사실에 가슴이 벌렁거렸습니다.


어제는 강풍과 폭우로 저체온증이 찾아와 연약한 내 모습을 발견한 하루였고, 오늘은 이렇게 파아란 하늘과, 천지연의 에메랄드빛 물색과, 하이얀 뭉게구름과, 화산석의 검고 붉은색들의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보고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이리도 얇팍한 것일까요? 어제는 급변하던 날씨로 인해 기분이 바닥으로 추락했다가, 오늘은 이렇게 풍선을 탄 듯 하늘을 훨훨 날아 다닙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합니다. 사람이 죽고 사는 일이란 결코 차원次元이 다르지 아니하며, 그 둘은 하나의 선상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요. 살아온 삶이 그러했고, 살아갈 날들이 아직 까마득한데, 이 세상에서 행복을 꿈꾸며 영원한 사랑을 노래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생사가 결코 이원적二元的이지 않기에, 인간들 그 사랑의 꿈은 너무나 당연한 행복의 노래가 아닐런지요.


이도백하의 호텔에서 출발하여 천문봉을 올랐고, 흥분된 가슴은 두 대의 카메라로 뛰다싶이 하며 정신없이 사진을 담았습니다. 천지연 차가운 물의 배출구인 달문을 향하여 내려가는 가파른 길이 나에게는 산책로와 같았으며, 카메라를 손에 든 채 그냥 내리 달렸습니다.


잰걸음으로 천지연에게로 다가 갔습니다. 그리고 천지의 맑고 깨끗한 물을 내 손으로 담아 입에 넣었습니다. 천지연의 청정한 생명수는 차갑고 상큼 했습니다.


천지연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다, 장백폭포를 향해 행복한 마음으로 걸어 내려 갑니다.


백두산 트레킹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장백산맥을 따라 힘들게 연길시에 도착하여, 북한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가무를 보며 북한식 식사를 했습니다. 참으로 우리들의 정서와는 다른 순박한 모습이었고, 세련되지 못한 우리들의 60~70년대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여행일정에 잡혀있는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맛사지 센터로 가서 전신 맛사지를 받으며 몇 일 간의 피로를 풀었습니다. 늦은 시간, 심양행 밤비행기를 탑니다. 심양의 호텔에 도착하니 새벽 한 시가 넘었습니다.







(D4)

연길공항에서 늦은 밤비행기로 심양에 도착하여, 밤 한 시가 넘어 호텔에 투숙을 했습니다. 방에 들어오자 마자 따뜻한 물을 틀어놓고 샤워를 했습니다.


책상에 놓인 호텔 안내문과 메모지를 보는 순간, 몇 일간의 트레킹 기억들을 편지로 옮겼습니다.


편지를 써다보니 새벽 두 시가 넘어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으며, 백두산 트레킹의 빠듯한 일정으로 몇 일간 부족했던 잠을 여유롭게 충분히 채우고, 호텔에서 제공하는 뷔페로 아침을 먹었습니다.


오전에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 누루하치의 여덟 번째(아홉번째?) 아들이 만든(묻힌?) 황묘라고 합니다.


황제의 육신을 찾아 낼 수 없도록 가묘를 만들고, 황묘 작업자들 모두 수족과 혀를 잘라 비밀을 유지하게 하고, 황족만 아는 비밀스러운 공간에 안치했다고 합니다.


권력이란 참 무상한 것인가요? 몇 백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사회주의국가인 중국땅에 그들이 남긴 영화는 인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바뀌어 있고, 그 들 세상은 사회주의라는 현재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세월을 따라 변하지 않는 것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살아있는 존재들 모두 그 삶의 유한성에 슬프지 않을까요?


짧은 삶의 시간일 망정, 열심히 사랑하고, 행복하게 웃으며, 사랑하는 이와 손을 잡은 채, 아름답게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야겠지요.






0 BR-O.png

P0090909-12 W090714









► My blog - blog.daum.net/4hoo ► My KaStory - //story.kakao.com/hu-story#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