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후 Feb 22. 2020

이별에 관하여

이제는 닿지 못할 반려견을 떠올리며

나는 불운한 사람이었다.

남들은 쉽게 얻는 기회조차 왜 이리 힘든 건지

나는 무언가를 손쉽게 얻은 적도, 한 번에 성취한 적도 없었다. 세상엔 운이 필요한 일이 많았지만, 그것은 나의 편일 리 없었다.


누군가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일생에서 너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행운이 가득한 사람이었음을. 하나의 연(緣)만으로 나는 더 이상 불운한 사람이 아니었다.



굳이 말을 뱉지 않아도 우리는 소통했고, 사랑을 줄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알고 있었다.

당연하게 보내는 너와의 시간을 끝없이 그리워하게 되는 순간이 올 거란 걸.

알고 있었지만 애써 모른 척했다.

'그때가 지금은 아니겠지. 아직은 먼 이야기지.'

네가 떠난 지금의 나는 평범했던 그 순간이 너무나도 그립다.


죽음이 남겨진 이에게 주는 가장 큰 고통은

다시는 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한 나는 더 이상 를 만날 수 없다.

기억은 점점 흐릿해지는데, 를 붙잡을 수가 없다.

와 숱하게 흘러 보낸 10년의 시간 중 단 1분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면. 후회하고 또 빌었다.


너를 친구 집에 맡겼던 며칠, 혹여나 내가 너를 버렸다고 생각하진 않았을지. 통 밥을 먹지 않는 너를 보며 속상해하는 내가 답답하진 않았을지. 아프다고 말하고 싶진 않았을지. 너의 상태를 몰라주는 내가 밉진 않았을지.


내가 너의 생각을 궁금해했던 것만큼 너 또한 나의 말을 이해하고 싶었겠지.

사실 난 모든 게 후회돼. 한 번도 나에게 짐을 주지 않았던 네가,  마음의 준비조차 없이 떠나버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이런 결말을 맞기 위해 긴 시간을 살아내는 거라면 인생은 틀림없이 비극이다. 한동안 너의 안부를 묻는 이들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난 지금, 너를 추억하며 이렇게 글을 쓰기도 한다.

나에게 남겨진 감정이 슬픔인가, 그리움인가.

네 생각에 눈물부터 고이는 것을 보니

아직은 슬픔인가 보다.






십 년을 함께한 반려견과의 이별에 대해 쓴 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후회에 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