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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어푸 Jan 14. 2020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고  여행을 떠났다.

나 하나를 책임지려는 용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삶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있어도,

시험을 포기한 삶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이가 적든 많든, 포기는 모두에게 두렵다.

이십 대 중반에 공무원 시험을 포기한 건 누군가에겐

'아직 가능성 많은 나이잖아. 그게 뭐 대수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모두가 그렇듯, 포기는 나이와 상관없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포기에는 그 단어 이상의 책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책임. 포기도 또 다른 용기라고 한다면 누군가는 비웃을까.



이걸 그만두면 뭐하려고?
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긴 해?



좀 더 솔직해지자면

정해지지 않은 길을 가는 게 두려웠고, 사회가 정해놓은 시기에서 뒤처질까 봐 무서웠다. 이런 나를 남들이 어떻게 볼까 겁도 났다. 고작 이런 것들이 무서워서,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고 그냥 그 자리에 정체돼있었다.


포기라는 선택이 의지박약일 수도, 도망일 수도, 핑계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를 위해 조금 돌아간다 해도 그 길이 아름답다면, 행복하게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뒤처지고 아무도 걷지 않는 길일지라도

내가 찾은 조용한 길에서 잠깐 하늘도 보고, 앉아 있어도 보고, 그리고 다시 걸어가도 괜찮지 않을까?



미래를 위해 '해야 하는' 것 말고, 지금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우선, 혼자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내가 사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란 걸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여행이란 작은 삶을 통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주체적으로 하는 선택들을 무서워할 일이 아니란 걸 느끼고 싶었다. 공무원을 준비하기 좋은 나이, 여행을 하기 좋은 나이는 정해진 게 아니다. 누군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건 허상일 뿐. 온전히 자신의 경험에만 빗댄 일반화일 뿐. 내가 선택한 순간이 나에겐 정답이었다.



이 모든 의욕은 사회가 원하는 스펙 앞에 힘없이 꺾여버리곤 했다. 두려웠다. 하고 싶을 걸 해도 괜찮다고 말해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그다음에.. 그다음에.."

이렇게 계속 참으면 알맞은 시기가 올까?

인생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후회할 수도 있다.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포기가 두려워 이 상황을 붙잡고 있는 게 더 한심한 것이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남의 길을 걷는 게 더 구차한 것이다. 뿌옇던 내일이 점차 선명해짐을 느꼈다.


차근히 다시 시작해보자.

어떤 시간적 제약과 가능성의 한계를 붙이지 말고.

무언갈 이뤄야 한다는 강박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채로 내 안의 소리를 들어보자.

의미 없는 시간과 의미 없는 시련은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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