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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때굴 Jul 26. 2019

오늘은 탈락입니다

하지만 내일은 모르는 법

며칠 전, 처음으로 인턴 면접을 보고 왔다.

나에게 서류 탈락은 일상과 같다. 루틴이라 불리는 것보다 더욱 기본적인 것. 예컨대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는, 정말 숨 쉬는 듯한 일상 말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취준생 중 한 명이다. 그리고 그들과 경쟁해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 위해 오늘도 이력서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올 상반기에는 정말 인턴 공고가 뜨는 족족 지원 서류를 넣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항상 '서류 탈락'이었다. 정말 인턴이 아닌 '금'턴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아니, 면접까지라도 가보고 떨어지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서류부터 탈락이면 어쩌라는 말인가......


라는 심정으로 서류를 쓴 지 어느덧 6개월. 한 경제지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정말 뛸 듯이 기뻤다. 드디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면접이었다. 밤을 새워 자기소개서를 쓰고 포트폴리오 작업을 했던 날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의 인턴 경력 한 줄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속을 썩였는지 모른다. 문자를 받은 순간부터 무엇을 입고 가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며 면접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면접장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유쾌하고 밝았다. 면접은 1:3으로 진행되었는데, 경제에 관한 상식을 묻기보다는 나에 대한 질문을 더욱 많이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준비 기간 동안 경제지의 특성에 맞춰 공부를 하기보다는 자기소개서를 한 번이라도 더 읽어보며 예상 질문을 준비할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평소에 하던 생각들에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아 큰 위기 없이 면접을 마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냐는 질문에는, 적극적으로 나의 성실함과 끈기와 열정, 의지 등을 어필하며 뽑아주십사 뽐내기도 했다. 만족스러웠다.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첫 면접 치고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면접 결과를 통보받았다.




역시 해 본 사람이 잘한다고, 탈락도 해 본 사람이 잘하는 것 같았다. 결국 면접에서 떨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면접장에서의 모습이 서툴고 철없이 비쳤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귀하의 서류와 면접 등을 세심하게 검토해본 결과 최종명단에는 들지 못했습니다'라는 말은 참 아프게 느껴졌다. 주변에 서류 전형에 통과했다고 자랑도 많이 했었는데 말이다. 서류 통과에 6개월이 걸렸던 것처럼 면접을 통과해 최종 합격까지도 6개월이 걸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경험 없이 한 번에 통과하고 싶다는 마음이 욕심처럼 비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나는 계속 인턴 지원서를 넣을 것이고, 넣어야 한다. 지금도 벌써 인턴 모집 공고를 올린 대형사만 4곳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에게는 슬퍼하고 좌절할 틈이 없다. 그래도 서류가 통과했듯, 면접도 통과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당당하게 인턴 사원증을 목에 걸고 출근을 할 것이다. 그렇게 이력서에 한 줄이 쌓이면 또다시 본격적인 취업을 위해 달려가야 할 것이다. 탈락은 많이 해 보았으니 충분하다. 오늘은 탈락이다. 그렇지만 내일은 모르는 법이다.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볼 때까지 버티기로 다짐하며, 참 솔직하면서도 솔직하지 못한 글, 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나의 자기소개서를 다듬으러 가봐야겠다. 다시 면접까지 올라가기 위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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