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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때굴 Jul 08. 2019

브런치에서 작가가 된다는 것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큰 욕심은 없었다. 간절함보다는 우연한 기회로 시작하게 된 브런치였고, 처음 연재하게 된 여행기도 대단한 철학이 있다거나 깊이 있는 주제의식이 있는 글이라기보다는 나의 추억을 곱씹고 남기기 위한 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라이킷 알림이 오는 날보다 오지 않은 날이 훨씬 많은 상황에서도 별 개의치 않았다. 글을 올린 사실을 잊어버릴 때쯤 하나씩 오던 알림에 그저 뿌듯하고 감사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여행기가 끝나고 일상의 이야기로 접어들며, 나의 생각을 정리한 글을 올리며, 상황은 조금 달라졌다. 욕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크게 신경쓰이지 않던 전과 달리, 점점 통계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오늘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의 글을 봤을까. 유입이 많았던 날은 많은 대로, 없었던 날은 또 그 나름대로 신경이 쓰였다. 유입이 많음에도 왜 글에 대한 반응이 없을까 고민하고 유입이 없는 날은 왜 유입이 없는지 고민했다.


어떤 반응이라도 있어야 글의 방향을 정해서 쓸 텐데 거의 반응이 없는 것과 같으니 도무지 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사실 내가 만족하는 글을 쓰며 즐거우면 된다지만, 브런치는 나름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글을 쓰는 곳인데 자기만족만으로 글을 쓸 수는 없지 않은가. 글을 쓸 때는 기준이 내가 되어야 하지만 '작가'가 되는 경우 읽는 사람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일종의 작가로서의 책임감과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욕심이 생기고, 책임감이 생기며 잘하고 싶어 졌다. 그러나 잘한다는 게 참 어려운 것이더라.  글을 잘 쓰는 것과 달리, 글쓰기를 잘하는 것은 또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브런치 작가로 조금 더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할까?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독자가 읽고 싶은 글 사이에서 나는 어디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할까? 아니, 그전에 사람들은 어떤 글을 읽고 싶어 할까?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그동안 열 편이 넘는 글을 올리며 내가 쓰고 싶은 글에 대한 답을 찾고 나니, 이제는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지금까지 너무 나의 이야기만 한 듯 하니, 이제는 시선을 밖으로 둘 때인가 보다. 그러다 읽고 싶은 글을 쓰는 법에 대한 답을 찾게 되면 어디 가서 떳떳하게 '나 브런치에 글 쓴다'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도 지금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것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나의 글을 봐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좋아졌기 때문인 것 같다.


역시, 글은 항상 미묘하고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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