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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때굴 Aug 23. 2019

35만큼 노력해

  좋은 글감이 떠올라도 막상 써보면 기대에 못 미칠 때가 많다. 그럴 때면 머리에 번뜩였던 소재들에 괜히 미안해지기도 한다. 좀 더 좋은 작가를 만났으면 더 그럴싸한 모습으로 재탄생했으련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것도 다 소재들, 저마다의 운이다.


그리고 나도 아직은 운이다

  소재가 좋은 작가를 찾아가는 것이 운이라면, 작가가 좋은 글을 써내는 것 역시 운인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그저 글이 좋아 몇 자 적어내리는 입장에서 기복 없이 좋은 글을 쓰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상태가 좋은 날에는 썩 괜찮은 글이, 그렇지 않은 날에는 올려놓고도 지워야 하나 고민하게 되는 글이 나온다. 아마 어제 새벽 썼던 모래가 모래? 가 후자의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열심히 쓴 글을 올리고도 지워버리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당연히 좋은 글을 써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많이 연습하고 노력을 하든, 운의 확률을 높이든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운을 이기는 것은 노력일까

  일상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운이 노력을 이기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물론, 노력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 자신이 가진 모든 것들이 순전히 노력의 산물이라고만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우리 삶은, 그 실체를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행운이건, 불행이건.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운'이라 불리는 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쩌면 매 순간 우리의 곁에는 '운'이라는 것이 함께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런 운이 반드시 노력을 이긴다고 할 수 있을까? 글쎄, 그것 역시 의문이다. 사실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모든 상황에서 운이 노력을 이긴다고 하면 좀 억울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애초부터 노력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목적의 달성 여부는 운에 의해서 좌우될 것인데 말이다. 물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도 있지만, 이는 어느 정도의 결과라도 보장되었을 때 유효성을 가지는 말이다.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는데 과정만 좋은 게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35의 노력

  하지만 현실적으로 운에 기대어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배포가 어느 정도 크지 않고서야, 그러지는 못할 것이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사는 7할의 운과 3할의 노력으로 정해진다는 말이다. 언뜻 이 말은 7할의 운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처럼 들린다. 실제로 7할이면 굉장히 큰 비중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3할이 숨어있다.


  만약 인생이 100의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운과 노력이 모두 작용했을 때 100이라는 수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들이는 노력도 하지 않고, 운 조차 시원찮다면 삶은 0의 수치에 가까워질 것이다. 노력하면 3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혹시 알까, 그 과정에서 30이 35로 바뀔지. 100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무의미한 결과는 없다. 그러니 그 어떤 노력의 과정이라도 가치 있다 할 수 있다.




  결국 결론은 하나다.  '그래도 노력해라' 그러나 사실 간단한 일은 아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30을 위해 힘을 들이고 애를 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서 손해 볼 것은 없다. 때로는 지치고 힘들겠지만, 적어도 내 삶은 30만큼의 고생을 알아주지 않을까.


  솔직히 말하면 오늘 글도 흔히 말해 조금 '노잼' 글이 되어버린 것 같다. 오랜만에 오후에 글감이 떠올랐는데, 원하는 만큼 글을 살리지 못했다. 더구나 편집 때문에 한 달 동안이나 글을 쉬었더니 더욱 글에서 삐그덕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나도 계속 노력하는 수밖에. 35만큼의 글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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