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너 말이야
유달리 여행기를 쓰기가 어려운 것 같다.
처음 브런치에 게시한 글이 유럽 여행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상하게도 여행기만 쓰려고 하면 망설여진다.
대부분의 여행은 인생에서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된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기만큼은 다른 글보다 더욱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그 욕심 때문일까.
오히려 솔직하게 그 당시를 떠올리고 즐거워하기보다는
어떻게 포장해야 더 좋아 보일지 고민하게 된다.
결국 있던 그대로의 여행에 대한 글이 아닌
가공된 여행에 대한 글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사실 유럽 여행기 이후 또 다른 여행기를 쓸 예정이었다.
학교 장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베트남에 다큐멘터리 촬영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서툴렀지만 열정에 차 있던 제작 과정과
그곳에서 느꼈던 꾸밈없는 감정들을 글로도 남기고 싶었는데
도저히 써지지를 않아 포기하고 말았다.
많이 아쉽다.
베트남에 다녀온 지 약 두 달이 지난 지금, 그때의 기억이 많이 흐려졌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성에 차지 않는 글이라도 일단 쓰고 볼 걸 그랬다.
욕심에 눈이 멀어 지레 포기했다가,
결국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것이다.
욕심은 많은데, 결과가 없다니. 참 모순적인 일이다.
앞으로는 내 습관과도 같은 욕심을
좀 줄이도록 노력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