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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때굴 Sep 24. 2019

불편한 휴식

어릴 적의 습관

당당하게 쉬고 싶다.


취준생이 할 말은 아니지만, 요즘 드는 생각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당당하게 쉬어본 적이 없다. 물론 쉰 적이야 많았지만, 항상 마음 한편이 불안했고 왜인지 모르게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요즘도 그렇다. 하루 종일 편집을 마치고 와서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만질 때도 스스로가 나태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종종 공부를 하며 밤을 지새워보기도 하지만, 마음속 한 구석 자리 잡은 못난 감정은 사라질 줄을 모른다.


어제만 해도 그랬다. 학원에 다녀오고, 점심 약속에도 나갔다. 이후 밤까지 편집도 했다. 새벽까지 취업 스터디 준비도 끝냈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쳤는데도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축 처진 몸이 침대에 흡수되는 기분이었지만 쉽사리 잠에 들 수 없었다. 얼마 동안이나 뒤척인 뒤에야 겨우 선잠에 들 수 있었다. 그 탓이었을까, 고3 때 이후 꾸지 않았던 악몽까지 꿨다.


처음에는 단순히 취준 스트레스 때문인 줄로만 알았다.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지금보다 더 어릴 때도 쉬는 게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어딘가 모르게 눈치가 보였다. 주변에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오히려 부모님은 나를 데리고 여행을 갔으면 갔지, 놀거나 쉰다고 면박을 주는 분들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오랜 불편한 휴식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내 입으로 말하기 참 민망하지만, 살짝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 학창 시절 공부를 할 때 무조건 1부터 이해가 되어야지 2로 넘어갈 수 있었고, 대학생이 되어 과제를 할 때도 원하는 퀄리티가 나올 때까지 잠에 들지 않았다. 이런 성격의 장점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야무지게 해낸다는 것이지만, 단점은 완벽하게 할 수 없을 것 같을 때는 시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레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예전의 나를 생각해보면 완벽주의 성향과 능력 사이의 충돌이 잦았던 것 같다. 내게 주어진 것은 뭐든 좋은 결과를 내고 싶은데 그럴 깜냥이 없다 보니 포기하고 드러누워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머릿속에는 두 가지 생각이 공존했다. '아 저거 조금 더 손 봐야 하는데'와 '아 모르겠다, 그냥 쉬자' 말이다. 당연히 이런 휴식이 가뿐할 리가 없다. 이러한 태도는 아주 오랫동안 이어졌다.


결국 불편한 휴식은 내가 만들어 낸 습관이었다. 주어진 일을 지레 포기했던 어린 시절, 도전 대신 회피를 선택한 대가인 것이다.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나의 일들을 해낼 수 있게 된 지금까지 영향을 미칠 줄 알았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뭐라도 해볼 걸 그랬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릴 적 삶의 태도가 이처럼 지독한 습관으로 남을 줄 알았다면 말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나를 바꿔보려 한다. 한 순간에 습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겠지만, 조금 더 건강하고 행복한 나의 삶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래야 조금 더 효율적으로 취업 준비도 하고, 무엇보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튼튼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의 오랜 나쁜 습관과 작별하기 위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금 더 고민을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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