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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때굴 Feb 16. 2020

인턴 생존기 '쭈굴방탱'

01. 시작은 짧은 사과문과 함께







  잠시 생각해 보자... 인턴 첫날이 어땠더라. 아 그래, 첫날부터 혼났다.

   첫 촬영은 인터뷰였다. 아홉 시 반까지 약속된 장소에 도착해야 했다. 전날 촬영 장비에 대한 간단한 교육은 받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같은 팀 언니들이 아침에 한 번 더 장비 사용법을 알려주기로 했다. 사실 전에도 인터뷰를 해본 적이 있어서 장비를 사용하는 방법은 알고 있었지만 카메라나 삼각대의 기종에 따라 세부적인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우리 이따 나갈 거야"

  "네~"


Q. 위 대화에서 첫 출근한 인턴의 실수를 찾으시오

A. 1) '이따'가 어느 정도 시간인지 확인하지 않은 것

    2) 곧 외근을 나가야 했음에도 자리를 비운 것

    3) 심지어 상사에게 알리지 않고 자리를 비운 것

 

  아주 당당하게 대답하고 나서 장비를 챙겨 언니들과 함께 빈 회의실로 향했다. 카메라도 다시 한번 켜보고, 녹음이 잘 되는지 볼륨도 확인하고. 또 삼각대 수평은 잘 맞는지 설치도 해 봤다. 이쯤이면 준비는 잘 됐다고 생각할 때쯤, 언니의 카카오톡이 울렸다.


  "인턴이 어딨니?.. 라는데"

  "헉.. 나 무슨 잘못했나?"


  갓 입사한 인턴 한 명, 그 인턴보다 2개월 먼저 들어온 또 다른 두 명의 인턴은 열심히 고민했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학교에서 팀 프로젝트를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할 때나 시간 엄수는 기본이었다. 내가 왜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했을까 자책하는 것도 잠시, 회의실 문이 열리고 선배가 들어왔다.


  출근 첫날, 잘해보겠다는 욕심에 눈을 가려 업무의 기본을 지키지 못했던 인턴은 말 그대로 깨졌다.


  "너네 지금 뭐하냐? 나가야 되는데 왜 이러고 있어"

  "장비 사용법 배우고 있었습니다.."

  "너는 내가 어제 알려줬잖아 지금 나가야 되는데 찾아도 없고 뭐 하는 거야?"


  정말 많이 혼났다. 인터뷰 장소로 차를 타고 가는 내내 혼났다. 다행히 제시간에 도착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큰일 났겠다 싶을 정도로 혼이 났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주의하겠습니다"


  모든 촬영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다행히 인터뷰가 잘 진행되어 분위기가 누그러진 상태였다. 선배는 그래도 잘해보겠다며 했던 일이니 괜찮다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 지을 줄 알았는데, 화가 가라앉은 상태에서 또 다른 말들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촬영 스케줄이 하필 또 빽빽하게 잡혀있던 일주일 간, 나는 촬영이 잡힌 전날부터 인터뷰 촬영 시간 엄수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야 했다.


 



  벌써 3개월 전의 일이다. 그래도 저 날의 기억을 바탕으로 지금은 시간 엄수를 굉장히 잘하고 있다 자부한다. 나름 꼼꼼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직접 회사 생활을 해보니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이 들었다. 비록 인턴이지만, 나름 첫 사회생활을 하는 입장이 되니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또 어떤 것들을 놓치고 또 그만큼 배울지 걱정이 되면서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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