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때굴 Mar 08. 2020

25살

혹은 24살

  내 나이는 조금 애매하다. 빠른 년생이라 상황에 따라 나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누구는 그냥 한 살 어리게 살라고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친구들의 나이를 따라 살라고도 한다. 혹은 그냥 마음에 드는 나이 하나 정해서 맘 편하게 지내라고도 한다. 그런데 그것이 참 난감하다. 24살도, 25살도 모두 나의 나이기 때문이다. 이런 모호한 나이는 하나의 범주로 퉁쳐져 흔히 '청년' 혹은 '청춘'으로도 불린다.


  한때는 이 '청'자 들어가는 나이 구분이 꽤나 어색하고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청년이니 청춘이니 하는 것들을 생각하면 생기 넘치고, 고난과 역경을 겪을지라도 양분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힘찬 삶을 살아야 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비록 나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청춘이니까 그렇게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안 그러면 꼭 무리에서 동떨어진 낙오자가 된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재수를 결심했을 때, 6개월 정도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를 했었다. 당시 나는 그 어디에도 소속되어있지 않았다. 학원에 다니는 원생도 아니었고 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은 더더군다나 아니었다. 12년을 학생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여 살다 툭 떨어져 나온 심정은 참 쓸쓸하고 외로웠다. 도서관에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들을 보며 속으로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것뿐이었다.

  '당신도 어딘가에 속하지 못했나 보네요'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위안을 삼지 않았다면 아마 그때의 나는 홀로 남았다는 생각에 참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그토록 원하던 소속감을 가지고 살고 있을까? 대학생이 되고 나름의 둥지를 찾으며 그때의 감정을 잊어갈 때쯤. 취업준비생이 되었다. 휴학도 하고 4년 동안 하던 아르바이트도 그만뒀다. 그리고 약 1년 정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불안하게 시간을 보내다 지금은 다행히 인턴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두 달 뒤면 인턴도 끝난다. 그럼 다시 취준생 신분으로 돌아간다. 물론 복학을 하겠지만 막 학기에 편안하게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며 젊음을 만끽하지는 않을 것이다.


  청춘은 푸를 청에 봄 춘을 쓰더라. 피어나는 말들만 모아 만든 단어이니, 말뜻이 참 싱그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 시절의 방황도, 고난도, 위태로움도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어떤가. 당장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기 전에 하루를 살아내기 바쁘다. 다가올 날들을 생각하면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막막함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 푸르른 삶이고 싶다. 애써 밝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 해도 어쩔 수 없이 불안함이 엄습하는 지금, 나는 어디에 소속되어있는 것일까, 과연 청춘의 범주에 속한다 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인턴 외전: 도둑놈, 너는 성격이 좀 급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