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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때굴 Jun 27. 2020

인턴 생존기 '쭈굴방탱'

06.유통기한 6개월짜리

  '나는 유통기한 6개월짜리구나'


  얼마 전, 퇴근길에 기어코 혼자 눈물을 흘리며 했던 생각이다. 원래대로라면 인턴 종료일은 5월 18일. 그러나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불안한 취업 시장, 언제 정상화될지 모르는 학교 수업, 무엇보다 개인적인 욕심(이후에 다시 글을 쓸 예정이다)으로 결국 연장 계약을 하게 됐다. 수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턴 2회 차를 잘 해낼 수 있을 줄로만 알았다.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6개월쯤 되니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욕심이 생겼다.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단시간 내에 내가 원하는 만큼의 성취를 이룰 수는 없다. 그러나 자꾸만 부족하고 서툰 모습이 보여 하루하루 불만이 쌓여갔다. 매일이 불만족의 연속이었다. 기사를 써도, 발제를 내도, 편집을 해도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것 없이 어정쩡하니 붕 뜬 듯한 기분이었다.


  속이 상했다. 속이 멀쩡하지 않으니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사라졌다. 회사에서 걸핏하면 휴게실로 도망갔고 화장실로 숨어들었다. 예전처럼 회사에서 울지는 않았지만 한숨이 늘었고 어깨가 굽는 날이 많았다. 티 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정신 차려보면 혼자 우울에 빠져있었다. 반년 동안 일을 배우고 익혀 나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오히려 제 욕심에 못 이겨 투정을 부리는 어린애가 되어있었다.


  그런 날이 있다. 유독 서러운. 겨우 마감을 쳐냈던 기사는 마음에 들지 않았고, 급하게 맡은 기사는 딱 봐도 조회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날이었다. 거기에다 비교적 짧지만 야근까지 했다.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인턴 생활을 시작했을 때의 나는 누구보다 감사한 마음으로 희망차게 회사에 갔다. 배우는 게 즐거웠고 내 기사가 나가는 것이 신기했다.


  그런데 지금은? 잘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스스로가 못나 보이고, 일이 벅차 회피하고만 싶다. 어째 반 년동안 성장은커녕 더욱 못나진 기분이다. 설상가상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조차 버겁게 느껴졌다. 결국 나의 지구력의, 인성의, 노력의 유통기한은 6개월 짜리구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와중에 더욱 서글펐던 건, 부정의 사고방식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6개월 '이나' 혹은 '씩' 따위의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생각을 바꿀 수도 있었을 텐데 나는 겨우 '짜리'라는 말을 떠올렸다. 평소에 그다지 긍정적인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비관적이었나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


  이틀 뒤면 나는 또다시 출근을 할 것이다. 주말을 보내며 많은 생각을 했고 마음 정리를 했지만 월요일 아침이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글쎄,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 초년생들은 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일까? 문제를 잘 풀어보겠다고 손에 힘을 주면 자꾸만 부러지는 샤프심처럼, 나 역시 잘하려고 할수록 무너지는 기분이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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