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때굴 Sep 26. 2021

불타면 호재인 것 1. 주식장 2. 덕심

덕질 라이프 최고!

    덕심을 시드머니로 활용하면 인생이 몇 배는 더 풍부하고 즐거워진다. 아이돌 밴드 ‘엔플라잉’. 나의 첫 투자 종목이다. 240만 원을 투자한 것 치고 꽤 많은 수익을 얻었다. 취향과 선호를 찾았고 이를 활용해 공동체 방송국에서 라디오까지 제작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막연히 흥이 많아 음악을 좋아한다던 20대 초중반의 나는, 즐겨 듣는 음악의 장르와 악기를 제법 잘 설명할 수 있는 20대 중반으로 자랄 수 있었다.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뉴스 통신사 인턴 시절, 내 별명은 ‘자낳괴’였다. 실업급여와 퇴직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 휴가를 쓰지 않고 급여로 받았다. 월급을 받으면 최소의 생활비를 제외하고 모두 예금 통장에 넣었다. 상여금이 나와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1년 동안 1200만 원을 모았다.


  “봉인해제”

  취직을 했다. 인턴 때와 달리 안정적으로 고정 수입이 생겼다. 취미를 즐기고 싶은 욕심을 버려야 하는 취준생 처지에서 탈출한 것이다. 슬금슬금, 마음 한 구석으로 미뤄뒀던 버킷리스트를 꺼낼 때. 돈과 시간이 모두 받쳐줘야 할 수 있는 덕질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다.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말이다.




  “시드머니”

  240만 원, 뉴미디어 회사 근무 당시 월급이자, 음반 약 120장을 살 수 있는 돈이다. 음반을 사는 것은 팬사인회를 가기 위한 티켓을 사는 것과 같다. 나는 한 달 월급을 몽땅 털어서 활동 기간 동안 열린 팬사인회에 모조리 출석했다. 약 5분 남짓, 그들을 만나기 위해 한 달 동안 피땀 눈물이 들어간 월급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썼다.


  “이자”

  결과적으로 보자면, 덕분에 인생 2막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한 번 오프라인 행사에 발을 들이면, 팬사인회뿐만 아니라 그들이 출연하는 모든 공연이 보고 싶어 진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부터 각종 온라인 행사까지. 엔플라잉이 나오는 대부분의 무대를 챙겼다. 팬사인회의 이자는 바로 공연이다. 덕질 코인이 짜릿한 건 바로 ‘이자’ 때문이다.


  “덕질 코인”

  자연스레 함께 공연을 하는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을 접하게 된다. 그렇게 엔플라잉을 통해 ‘호피 폴라’의 Let’s라는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고, ‘예빛’이라는 가수를 알았다. 밴드 음악을 접하며 기타를 새로운 취미로 삼았다. 이제는 엔플라잉이 나오지 않더라도, 각종 공연을 예매하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음악을 주제로 하는 공동체 라디오를 시작했다.


  “호재”

  음악을 주제로 하면서도 특히 가사를 소재로 삼아 방송을 진행했다. 그저 흘려들었던 노랫말에 어떠한 철학이 담겨있고, 매력이 묻어나는지 알게 됐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을 방송으로 다듬어 재생산하는 것의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소통을 하는 또 하나의 창구를 발견한 것은 덤이었다.


  “눈덩이 효과”

  이렇듯 덕심을 시드머니로 활용하면 인생의 몇 배는 더 풍부하고 즐거워진다. 취향과 선호를 찾았고 이를 활용해 공동체 방송국에서 라디오까지 제작하고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막연히 흥이 많아 음악을 좋아한다던 20대 초중반의 나는, 즐겨 듣는 음악의 장르와 악기를 제법 잘 설명할 수 있는 20대 중반으로 자랄 수 있었다. 또한 방송에 여전히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동력을 얻은 셈이다.

작가의 이전글 제주에서 만난 사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