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때굴 Apr 11. 2022

미라클 모닝 후기 절망편

낙서10.

개생이로 쓰기까지는 별 거 없고, 안 쓰자니 아쉬워서 쓰는 미라클 모닝 후기.


잠만보로 태어나는 게 좋았을지도...


  5시간 자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고3 때는 3~4시간 자고도 버텼다. 호기롭게 시작한 미라클 모닝 첫날. 개운하게 눈을 뜨니 8시였다… 어린 날의 체력과 정신력을 따라가기는 힘들었나 보다.




  계획을 조금 수정했다. 자정 취침, 다섯 시 반 기상. 다섯 시부터 다섯 시 반까지 1분 간격으로 알람도 30개나 맞춰뒀다. 과연, 결과는… 성공! 27분에 겨우 눈을 떴다. 그때까지 책상에 얹어둔 휴대폰 알람을 끄고 침대에 다시 눕는 행동을 27번이나 반복했다. 아무렴 어떤가. 일어났으면 된 거다.


  으-른이 맞이하는 아침의 느낌을 내보려 전날 사둔 콜드 브루 원액과 생수를 적절히 섞어 텀블러에 담았다. 한 모금 넘기니 그제야 살 것 같았다. 그나마 또렷해진 정신으로 태블릿 PC에 신문을 띄웠다. 과연 오늘 조간에는 어떤 일이 실려있을까. (억지로 끌어낸) 세상을 향한 궁금증과 함께 기사에 줄을 그으며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반쪽짜리 미라클 모닝을 실천했다. 일어나긴 하는데 다시 잠들고, 공부하다 잠들고, 멍 때리다 잠들기의 반복. 물론 하루가 길어진 덕에 공부도 더 하고, 나름 규칙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다. 문제는 주말이 되자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낮잠을 빙자한 춘곤증 해소를 원 없이 했다.


그러다 보니 순간 정체성의 혼란이 왔다. 어쩌면 나는 잠만보로 태어났어야 했는데, 삼신할머니가 실수로 사람으로 태어나게 한 것이 아닐까. 조금 의심이 됐다. 의도치 않게 미라클 모닝 덕에 내 근본에 대한 물음을 던진 순간이었다.


  어찌 됐든, 미라클 모닝은 3주째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이제 제법 적응해서 (좀비 같기는 하지만) 하루 종일 낮잠도 안 자고 잘 버틴다. 물론 커피 섭취량이 늘어났지만…


그래서 누군가 내게 미라클 모닝을 추천하냐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니요”


  분명 미라클 모닝의 장점도 많다. 하루가 길어지고 계획의 유동성이 늘어난다. 자기 계발을 목표로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생활 습관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일찍 일어나고 잠을 줄이는 게 안 맞는 사람들이 있다. 급한 일이 없다면, 당장 닥친 눈앞의 목표가 없다면 다른 방식으로 이른바 요즘 유행하는 ‘갓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일찍 일어나고 시간을 쪼개 사는 것만이 갓생 살기의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 방법이 뭐든 간에, 내 목표를 이루고 스스로 만족을 할 수 있으면 된 것 아닌가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물론, 내게는 지금 미라클 모닝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에 어쩔 수 없이 좀비처럼 ㅜㅜ 살고 있지만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자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