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지식으로만 존재하던 풍경이 명확한 광경이 됐다.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촬영한 첫 번째 사진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달과 지구가 함께 찍힌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공개되는 모습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이렇듯, 늘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쉽다.
‘낭만’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다.
불안한 사회다. 코로나19로 급부상한 가상화폐마저 가치를 잃고, 정쟁을 거듭하는 국회에, 수출마저 적자다. 국제 정세도 좋지 않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도 손해 보기 딱 좋은 세상에 무슨 낭만이냐?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럴 때일수록 공허한 마음 메워줄 것 하나쯤은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달과 6펜스, Man on the Moon, Moonrise kingdom, Moon&Cheese … … .
꽤 오랜 시간 동안, 달은 미지의 세계였다. 덕분에 그곳에는 혹시 모를 낭만이 있었다. 비록 60년대에 미국이 최초로 달에 사람을 보내기는 했지만, 완벽히 파악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예술가들은 달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
굳이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였다.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가던 수험생은 보름달을 보며 수능 대박을 기원했고, 랩실에 남아 자기소개서를 고치던 취준생은 선명한 초승달을 보고 입에 호선을 그렸다. 달은 누군가에겐, 그저 밝고 보기에 좋았던 미지무인의 무언가였다.
과학의 노고를 부정하자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 다만, 발전은 고전적인 환상과 공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세상이 더욱 명확해지고 명료해지는 것이 아쉬워서 하는 소리다. 앞으로 우리가 지구를 떠나 달에 살 수 있을지, 혹은 여행을 갈 수 있을 지는 나 역시도 궁금하다.
다만 한편으로는, 달의 뒷면에 토끼가 살고 있고있지 않을까?는 생각을 깨고싶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다누리가 분화구 안을 살펴보고, 앞으로 다른 달 탐사선이 발사되더라도! 달토끼만큼은 우리의 눈을 피해 요리조리 숨어 다니며, 절대 들키지 않을 자그마한 물음표로 남아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