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9일 화요일
아이폰이 가리키는 오늘 낮 현재 기온은 26도다.
하지만 정작 바깥의 날씨는 30도를 넘는다.
아이폰이 오류날 만큼 더운 6월이란 뜻?
훅훅 찐다. 오후 시간에는 걷기를 망설인다.
통영살이 둘째날.
오늘은 통영누비를 배운다.
길을 누비는 게 여행작가의 일이다.
그런데 오늘은 천을 누비고 있다.
처음 재봉틀을 잡는다.
실이 재봉틀을 통과하는 길을 배운다.
실을 마지막 바늘 귀에 넣어 꿰고
발판을 지그시 누르면 노루발이 달린다.
노루발은 '바늘이 오르내릴 때
바느질감을 알맞게 눌러 주는 부속품'이다.
노루발은 노루만큼이나 예민해서
발판에 살짝만 힘을 주어도 타다다다하고
저 혼자 도망친다.
나는 조심히 다가선 것인데.
내 발과 노루발이 친해지는데는 한참이 걸린다.
2시간 남짓을 씨름하고 나니 목이 뻐근하다.
재봉선은 어색한 우리 사이처럼 삐뚤빼뚤한다.
하지만 곧지 않아 삐뚤빼뚤한 그 선이, 나는 좋다.
그 안에 첫 시간이 있고 처음의 마음이 있다.
미숙해서 순수한 사랑의 셈법이 있다.
무엇보다 내 손에서 무언가가 '만들어지고' 있다.
못생겨도 제 자식은 사랑스럽다는 말을 실감한다.
몸을 움직여 사는 고단함도 조금 알아간다.
연습으로 눌러박은 천 조각은 곱게 접어
가방에 넣는다.
살아가는 일의 너른 폭,
일상에 가까운 여행의 세계를 들여다 보고 있다.
아직 처음인 일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