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막상 봄
어제는 하늘이 고왔다. 작업실에서 한참 동안 수변 공원을 내려다 보았다. 좋은 주말 날씨를 놓치지 않으려 외출 나온 사람이 많았다. 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각자 웃고 또 각자의 일행과 즐거워했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는 주차장 앞에서 또 잠깐 멈췄다. 붉은 하늘과 짙게 번진 구름이 산머리 위에서 서성거렸다. 그냥 들어가기 싫은 내 마음이 딱 그랬다. 집에서는 발코니에 앉아 그 하늘을 잠깐 더 바라보았다. 기억하려 사진 한두 장을 찍었다.
이 맘 때의 날씨를 좋아한다. 아침나절의 파란 하늘이라거나 저녁 무렵 스산하게 불어드는 이른 가을바람이라거나. 계절이 바뀌는 시절의 하늘은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맑거나 흐리거나 비가 와도 그냥 사이 계절, 딱 그만큼의 다른 공기. 그래서 여행, 자유 이런 말이 떠올라 괜스레 설레고, 오래 보고 있으면 산책이라도 나설 수밖에 없는 하늘, 그게 딱 이맘 때 ‘사이의 날씨’다.
“봄이 올 때 바람과 가을이 올 때 바람이 다르다는 게 신기해. 온도가 다르고 촉감이 다르잖아.”
이른 저녁을 먹다 아내가 말한다. 맞다. 계절과 계절 사이의 하늘과 바람은 마치 다음 계절의 예고편 같다. 내일의 계절 날씨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내일은 여름 액션이 가을 스릴러에 영향을 미쳐, 오늘보다는 다소 멜로한 날이 될 것 같습니다. 외출하실 때는 산뜻한 색의 콧노래를 준비하시면 좋겠습니다, 라는 예보와도 어울릴 만한.
답답한 날들 속에서 그럼에도 계절이 바뀌는 건, 날씨가 변하는 건, 우리 모두에게 어제의 파란 하늘만큼이나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무사히.
⁋ 카카오프로젝트100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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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것들: 100가지 취향의 발견' 프로젝트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