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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석 Nov 06. 2015

'실패'는 너만이 가질 수 있는  '경험'일뿐이야.

Silicon Valley Innovation Academy(SVIA)

Silicon Valley Innovation Academy(SVIA) Finale: Stanford Sharks     


앞서 ‘새로운 문화를 마주한 곳, 미국’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첫 번째 카우칭 서핑 호스트인 ‘Diane(다이앤)’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탠퍼드에서 열린 'SVIA(Sillicon Valley Innovation Academy)'도 다이앤 덕분에 참관하러 갈 수 있었다. 이번 화에서 그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http://events.stanford.edu/events/533/53307/

당시 다이앤과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창업에 관심이 많고, 청년 창업자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왔다고 소개했다. 다이앤 역시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다며 스타트업 컨퍼런스에서 받아온 제품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하루는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스탠퍼드에서 'SVIA(Sillicon Valley Innovation Academy)'가 열린다며 시간이 된다면 함께 가자고 제안해 주었다. 우리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당연히 가겠다고 답했고, 당일 우리는 들뜬 마음을 안고 다이앤과 함께 스탠포드로 향했다.    

SVIA(Sillicon Valley Innovation Academy)는 6주 과정으로, 창업에 대한 교육을 받고 팀을 꾸려 실제로 창업 아이템을  기획해보는 '워크샵'이다. 그리고 마지막 주에 TOP8 안에 뽑힌 팀들이 Finale 스피치를 하는 시간을 갖는데, 우리가 참석했던 것이 바로 이 마지막 스피치를 볼 수 있는 ‘Finale: Standford Sharks'였다.      

대회 시작 전 모습. 강당이 꽉 찰 만큼 사람들이 많이 왔다.

행사장은 발표 파일을 스크린에 띄워 발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긴장감과 흥분으로 상기되어 있었다. 그리고 행사장이 꽉 찰만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관하러 왔다. 어린 학생부터 나이가 많으신 분들까지 연령층은 다양했다. 우리 옆엔 노부부가 앉아계셨는데, 그들은 손자가 TOP8에 뽑혀 오늘 발표를 한다며 자랑스러워하셨다. 단편적이었지만, 문화적으로 기성세대들 역시 창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배울 수 있었다.


그날 발표 한 팀은 총 8팀으로, 6주 동안의 워크샵 결과물을 들고 많은 대중들 앞에 서게 되었다. 우선, 각 팀의 아이디어를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1. StuFunder
StuFunder은 모바일앱으로 학생 장학금을 한 눈에 확인하고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대학생들이 보다 쉽게 자신에게 맞는 장학금(연구 보조금, 스포츠 장학금, 성적 장학금 등)을 찾아 그들의 꿈과 열정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 처음 시작은 스탠포드 대학으로 시작하고, 자신의 정보와 성적을 기록하면 그에 맞게 장학금 정보를 보여주는 앱이다.      

2. Long Weekend
“Make every weekend a Long Weekend(모든 주말을 긴~ 주말로!)"
주말에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종종 도시를 헤매는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Long Weekend”앱은 사용자가 머무르는 동안 어떤 여행이 좋을지 계획을 대신 짜 주는 여행 코디네이터 앱이다. 여행자들의 선호도와 머무를 위치를 통해 가장 효율적인 여행루트를 만들어 준다.
| 앱 이용자가 파티를 좋아하는지,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지 등에 대한 여러 선호도와 자신이 머무를 곳을 입력하면 동선과 위치에 맞춰 사용자에게 매력적인 여행 루트를 제안하는 앱이다.      

3. SharX
SharX는 드론을 이용해 해변 근처에 있는 상어의 위치와 동선을 추적하는 해변 안전 서비스이다. 이 앱은 안전 구조원들이 상어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술을 포함한다.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상어 자동 탐지와 비디오 추적의 맞춤 서비스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며,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해마다 뉴스에서 상어의 공격을 받는 사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실제로 그 사건의 수는 늘어나는 추세이다. 지금까지는 헬기를 통해 상어를 추적하였다면, 이 서비스는 드론을 이용해 상어를 추적하는 아이디어이다.      

4. Adwolla
Adwolla는 웹 플랫폼으로 새롭고 작은 비즈니스들이 예산안에서 즉시 수요를 낼 수 있는 얼리어답터(여기서는 evangelist라고 명명)를 찾게 해 준다. Adwolla는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캠페인을 찾고, 만들고, 모니터 하기 위해 웹의 성격을 보여주고 어렵지 않게 그에 대한 경험을 제공한다. 새롭고 작은 비즈니스를 위해 온라인 광고 세계와 소비자의 정보 수집의 방법을 바꾸고자 한다. 
| 이 서비스는 얼리어답터들이 스타트업들의 또는 기업들의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공유함으로써 더 좋은 제품(또는 서비스)으로 발전시키고, 소비자들도 비교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5. PickUp
PiCKuP은 팀을 매치해주고 실시간으로 랭킹을  업데이트해줌으로써 커뮤니티 안에서 게임이나 활동 중 Best Player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앱이다.
| 지역 내 축구를 포함한 운동 동호회들이 서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매치시켜주고, 운동장 예약을 맡아줌으로써 지역 활성화를 돕고, 커뮤니티를 통해 하나로 통합해주는 앱이다.     

6. Dreet
Dreet은 지역 사람들과 여행자들을 연결해주는 앱이다. 지역 사람들이 이벤트(파티, 저녁식사 등)를 올리면 여행자들이 다음 24시간 내에 열리는 인근의 이벤트를 확인하고 바로 예약할 수 있다. Dreet은 여행자들과 지역 사람들이 함께 특별한 경험을 나눌 수 있게 돕는다. [Dreet: drink, eat, meet]     

7. Yost
Yost는 그룹 쳇(chats)으로 친구들과 익명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한다. 사람들이 정말 아끼는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 그룹 대화에 친구를 초대해도 익명으로 기록되어 어떤 말을 누가 하는지 알 수 없다. 이는 실명일 때 불편한 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8. PeerStalker
“Making everyone a headhunter(모든 사람을 헤드헌터로)"
PeerStalker는 열정이 있고, 재능이 있는 비즈니스 종사자들이 작거나, 중간 규모 또는 큰 규모의 회사로 옮기는데 막대한 시간과 돈을 들이는 대신 빠르게 자리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실제로 헤드헌터들은 고객들이 직장을 잡았을 때, 연봉의 25~33%를 받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이미 연결된 직장인들의 네트워크로 소개가 이루어진다면 더 적은 소개비용을 인센티브로 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직장을 다니고 있는 모든 사람이 헤드헌터가 되어, 회사에 자리가 생겼을 때,  신뢰할 수 있는 친구 또는 아는 사람을 회사에 소개하여줌으로써 회사는 빠르게 자리를 채우고, 소개를 해준 사람은 인센티브로 소개비용을 받으면 취업에 있어서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발표는 심사위원들의 질의응답을 포함해 한 팀당 15분 정도  할애되었다. 우리나라 창업 경진대회에서도 이미 보았던 비슷한 아이디어도 있었고, 미국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 아이디어도 있었다. 어떤 팀은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는 데에서 그쳤지만, 어떤 팀은 프로토타입까지 만들어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 자료의 완성도는 제 각각이었지만, 무대 위에서 발표하는 태도나 심사위원들의 질의에 성실하고 진지하게 대답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이곳에 참여하는데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심사는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다른 모습을 띄었다. 대회마다 그 목적과 의의는 다르겠지만, 우리나라 '대학교 창업 경진대회'만 해도 심사위원들은 그 아이디어의 '참신성'이나 '발전 가능성' 보다도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질문하는 것을 여러 번 볼 수 있었다. 그 아이디어가 '과연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또는 '어떻게 확장시킬 수 있는지' 보다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지부터 답을 주길 원했다. (초반부터 수익을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이 팀이 몇이나 될까.)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점점 좁혀져 간다. 빨리 수익을 낼 수 있을 법한 아이디어를 찾으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탠포드에서 본 심사는 조금 달랐다. 물론, 날카로운 혹평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얼굴을 붉힐 정도는 아니었고, 어느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며 조언을 주거나 대안을 제시해주는 정도였다. 모든 팀들이 바로 수익성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음에도, 심사위원들을 ‘수익성’을 우선순위로 여기지 않았다. 친구들끼리 아이디어 회의를 하듯이 의견을 주고받는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누가 봐도 현실 불가능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나왔다고 하더라도  '형편없었다'고 깎아 내리는 것이 아니라 6주 동안의 워크샵을 끝까지 달려온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내주는 모습에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심사위원들도 아이디어로 꿈꾸는 것과 실제로 사업을 하는 것은 천지차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학생들에게 날 선 비평을 하기 보다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것은 시작도 하기 전에 학생들의 날개를 꺾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Break Interviews

      

우리는 행사가 끝나고, 가장 인상 깊었던 두 개의 팀과 심사위원 '스티브 블랭크 교수님'을  인터뷰했다. (시간이 빠듯해 한 사람에게  한두 질문밖에 하지 못한 것이 아직까지 아쉬움으로 남는다.)

      

1. Cameron ('Pickup'팀 발표자)

Q. 창업을 하고자 하는 동기(motivation)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이미 6년을 'Bank of America'에서 일했었어요. 물론 그곳에서 잘 해냈지만, 어느 날 문득 제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어요. 회사의 일원이 아니라 한 ‘개인’으로 바라봤을 때요. 점점 회의감이 들었고, 결국 학교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어요. 그렇게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 사업가(entrepreneur)가 되고 싶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그 후로, 제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기회를 활용하려고 했어요. 이번 여름에 스탠포드 워크샵을 참여한 이유이기도 해요. 이번 대회가 저에겐 정말 필요로 한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 한 번 제가 있어야 하는 곳이 이 세계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Q. 실리콘밸리가 가진 가장 큰 매력(장점)은 무엇인가요?

A. 돈이 있는 곳이고 투자자가 있는 곳이며,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해요. 그리고 전체 창업 시장의 80%가 이곳에 모여있죠. 실리콘밸리는 창업을 하고 싶어 하는 누군가에게 최적의 장소예요. 또한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기회를 잘 활용해 창업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래요.     


2. Nicholas ('Dreet' 팀원) 


Q. 이 프로그램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A. 기본적으로 실리콘밸리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는 곳이에요. 스피치 이벤트를 찾아보고, 참여해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듣고, 또 3분 동안 나의 아이디어를 얘기할 수 있는 이벤트가 샌프란시스코에 매일 밤 열려요. 이 프로그램도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많은 아이디어를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아이디어를 사람들 앞에서 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스스로  자극이 되기도 했어요.      


Q. 여기에 참여하는 학생들 모두 스탠포드 학생인가요?

A. 아니요, 저는 프랑스에서 왔어요. 여기에 참여한 친구들 중 스탠포드에 다니는 학생들도 있지만, 중국이나 홍콩 그리고 저와 같이 유럽에서 여름 방학 동안 잠시 공부하러 온 친구들도 있어요.     


Q. 프랑스의 창업 환경은 어떤지 설명해주시겠어요?

A. 여기와 많이 달라요. 창업에 앞장서 있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투자받는 것도 어렵고, 인큐베이터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아요. 전반적으로 창업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죠. 

지난 학기 미국 보스턴에 있는 미국 NO1. 비즈니스 스쿨 'Babson Collage'에 다녔어요. 그곳에서 배운 기업가 정신 수업(entrepreneurship)은 '이론'에만 그치지 않았어요. 또한 무언가를 애써 만들지 않아도 돼요.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발전시키는데 더 집중하죠. 오늘 정말 좋은 아이디어들을 많이 듣고 배워갈 수 있는 것처럼 미국엔 그런 기회들이 많아요. 아마 유럽도 그렇고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이보다 좋은 곳은 없을 거예요.  


3. Steve Blank 교수님 

Q. 젊은 청년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는데 가장 큰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가장 큰 이점은 실패한 사업가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단어’가 있기 때문이에요. 혹시 그게 뭔지 하세요? 실리콘밸리에서 그 ‘특별한 단어’를 Experienced'라고 해요. 이건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이기도 해요. 만약 당신이 실패를 했더라도, 당신의 가족이나 공동체가 변하지 않을 거예요. 물론 어떤 측면으론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나의 시도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다시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아요. 그리고 이게 실리콘밸리만이 가진 다른 곳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이자 특별한 문화예요.     


Q. 그렇다면 한국에서 창업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한  말씀해주실 수 있으세요?

A.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용감해지세요(Be Brave). 그리고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세요. 또한 실패를 하더라도 실패라고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를 누구도 갖지 못한 경험을 한  '경험자(Experienced)'라고 생각하세요.   

Steve Blank 교수님은 미국 콜롬비아 대학 교수이자 고객 개발 방법론의 창시자이다. 그의 고객 개발론은 에릭 리스에게 영감을 주어 린스타트업의 기반이 되었다. (출처; 위키피디아_스티븐 게리 블랭크 


워크샵을 기획한 교원들 뿐만 아니라 참여한 학생들도 이런 자리를 단순히  평가받는 자리가 아닌 6주간 노력한 결과를 발표하는 것에 큰 의의를 두었고. 더불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면서 받게 되는 높은 스트레스와 스포트라이트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그리고 이들은 경쟁보다 함께 끝까지 달려왔음에 의미를 두고 서로를 응원해주었다.

실패를 '패배'로 보지 않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의 문화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인상 깊었다. 그와 동시에 아직 개인에게 '실패'가 긍정적 의미로 용납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를 경험한다. 그러나 그 실패를 패배로 규정하지 않고 더 나은 '도약을 위한 경험'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by. 제이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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