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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석 Sep 10. 2019

[서평] 행복한 이기주의자

피하고 싶지만, 마주해야만 하는 책

이런 경험이 있지 않나?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나만의 콤플렉스나 비밀을 들켰을 때, 내 인생의 고민이 누군가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때, 나에게 있는 결점을 대놓고 지적받았을 때의     


그 찝찝한 느낌     


위 경험은 초반에는 사실 달갑지만은 않은 느낌이 강할 것이다.


‘이제 나는 큰일 났어’라는 생각에

당황스럽고, 감추고 싶고 숨고만 싶고.


그 말을 꺼낸 사람이 원망스럽기만 할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순간에는 어려웠던 마음이 시간이 흘러 당황스러움이 가시고, 조금씩 안정감이 드는 시간이 오면


왜인지 모르게 시원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마치 누군가가 지적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길 원했던 것처럼,


아니, 애초에 사실은 그냥 단순히 누군가와 그 문제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자의든 타의든


나만의 것으로 갖고, 외부로의 유출을 막고 있었을 때에는 너무나도 커 보였던 조각들이 외부로 노출되는 순간, '막상 마주해보니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큰 문제가 아니었네'라고 깨닫게 된다.     


해결될 수 없는 불치병과 같다고 생각했던 고민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 정리되고, 해결되고, 이해되기도 한다.      


특히나 그 고민의 원인을 세밀하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되었을 때에는 그 문제들의 해결 방법을 찾기까지 한다.


 행복한 이기주의자를 읽는 느낌이 바로 그 느낌이다.  

저명한 심리학자 웨인 다이어는, 자신이 마주한 사람들과의 경험을 토대로 '적나라하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고, 구체적으로 '행복하지 못한 개인의 감정과 내면'을 분석한다. 단순히 분석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도 역시 나름의 객관적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먼저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등 웨인 다이어가 제시하는 총 10가지의 마음가짐은 크게 두 가지의 구성으로 나뉜다. 나 자신의 생각에 기초한 부분과 타인과 나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각각의 장은 길지 않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읽는 것이 부담되지 않고 내용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 없이 쉬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처음 출판사로부터 받았을 때, 책의 표지가 주는 편안함과 따뜻함 때문인지 마음 넉넉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흔들의자에 앉아 따뜻하게 책 읽어주듯이 행복에 대해 설명해줄 것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저자의 설명과 어조는 결코 친절하지 않았다. 친절한 할아버지의 포근함은 더군다나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초등학교 시절 마주했던 호랑이 선생님과 같이 강하고, 따끔한 어조에 가깝게 나 스스로 행복하지 못하게 만드는 습관에 대해 분석하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책을 읽으면서 왜인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기도 했다.
때로는 고개가 갸웃해지는 내용도 있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의를 찾는다. ... (중략) ... 그러나 사실 정의 구현을 추구하느니 차라리 젊음의 샘이나 신기루를 좇는 편이 훨씬 생산적일 수 있다.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껏 존재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p.217_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개인의 신념과 가치관에 민감한 부분일 수도 있는 분야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언급해서인지도 모른다.
인정을 탐하는 병을 얻게 되는 곳은 가정이나 학교뿐만이 아니다. 교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중략)... 교회의 지도자들은 위대한 종교 지도자들의 가르침을 잘못 해석하고 천벌에 대한 두려움을 무기로 삼아 순응을 가르치려 든다. ...(중략)... 누군가 그렇게 하라고 시키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벌 받을까 두려워 [p.84_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다.]
이게 가능하다고 정말? 싶기도 한 내용도 있었다.
일례로 드릴이 부르르 떠는소리를 낼 때마다 정신을 훈련시켜 인생에서 가장 황홀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할 수도 있다. [p.28_나의 가치를 결정하는 10가지 마음가짐]   

그래서일까?


처음에는 이 저자의 생각이 지나친 자기 중심주의적 사고방식의 결과이며 무뚝뚝한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애정결핍자의 회의주의적 사고방식의 결과물이 이 책이라고 생각했다.


상당히 단정적인 어조 때문인지 저자의 주장이 납득은 가고 이해는 되지만 말하는 투가 마음에 안 들어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은 놀부 심보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보니 저자는 자기중심적이지도, 애정결핍도, 회의주의자도 아니었다.


아니, 정정하자면 자기중심적이긴 하다. 그러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의미의 자기중심적 사고가 아닌 자신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자기 중심주의적 삶의 태도가 발현된 경우였다. 책 제목 그대로 행복한 이기주의자인 것이다. 웨인 다이어는 자신의 행복에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규율, 심지어는 자기 자신조차도 결코 방해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을 보라. 요컨대 우리는 결코 이 세상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 수 없다. 사실 50% 정도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도 꽤나 성공한 것이다. (중략) 압승을 거둔 선거라 해도 반대 유권자의 비율이 44%에 달한다. 이 비율이 정확하다면 의견을 개진할 때마다 반대에 부딪힐 확률은 50 대 50이다. [p.89_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다.]      
내가 과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과거는 하늘이 두 족 나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이미 끝난 일이다. 아무리 자책감을 가져봤자 과거는 바뀌지 않는다. (중략) 그렇다고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제 그 과거에서 벗어나라)
[p. 139_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애정결핍은 더더욱 아니었다.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공급되는 사랑에 목말라 허덕이는 일부 현대인에 비교해 저자는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이해하고 있고, 온전히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나의 가치는 나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며 어느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없다.
[p.54_먼저 나를 사랑한다.]
‘질투하지 않는다. 질투는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행위다. 그 사람이 내가 아닌 다름 사람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그의 문제다. 나와는 아무 상관없다.
[p.71_먼저 나를 사랑한다.]   

또한 성장하지 않는 사람은 죽은 돌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저자는 회의주의자라기보다 인생 예찬론자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당신은 1만 일이든 그 이상이든 지금까지 살아온 나날들을 진정으로 살아왔는가? 혹시 똑같은 하루를 1만 번, 또는 그 이상 재탕해 살아온 것은 아닌가? 앞으로 더 즉흥적으로 살도록 노력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꼭 자문해보자.
[p.163_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무엇보다도 확실히 공감되고 좋았던 것은 웨인 다이어의 행복한 사람의 정의였다.

그들은(행복을 아는 사람들)  비가 온다고 곧장 그 비를 피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 비를 아름답고 가슴 떨리고 체험해보고 싶은 일로 여기기 때문이다. ...(중략)... 지켜보다가 철퍽거려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살아있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구나’하고 생각한다.  ...(중략)... 현재가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이라고 생각하면서 늘 현재를 음미한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갖가지 즐거움을 얻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
[p.290-291_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행복한 이기주의자]


입에 쓴 약이 몸에도 좋다고 했던가


이 책은 결코 우리에게 달콤한 위로만을 전달하지 않는다. 마치 서당에 계신 훈장님 앞에 무릎 꿇고 단정히 앉아, 졸고 있으면 회초리로 머리를 맡는 것과 같은 기분에 가깝게 이 책을 마주하게 된다. 그만큼 솔직하다. 또, 핵심을 찌른다.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이런 원인 분석과 문제 발견에서 끝내거나 핵심만 찌르고 뒤처리는 하지 않는 무책임한 행동을 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그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 방안들을 제안해준다. 직접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구를 쥐어주는 것이다.

자신의 걱정 시간을 점점 줄여나갈 것. 오전, 오후 10분씩을 걱정하는 시간으로 지정하라. (중략)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의 걱정 지대 그 10분도 낭비적인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고 없어질 것이다.
[p.152_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5분 단위로 생활할 것. 일을 너무 멀리 생각하지 말고 지금 당장에 필요한 일을 하면서 5분 단위를 최대한 활용할 것. [p.245_미루지 않고 행동한다.]          

한번 태어난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또한 개개인이 저마다 제각기 다른 방식이 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저자가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말하고 싶은 행복한 인생이란 결국 남이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쟁취하고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행복은 나 자신에게 있다.


너무나도 단순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이 말의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더군다나 이 논리를 구체적인 사례와 분석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꼭 한 번쯤 마주하고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특히 개인보다는 단체에 초점이 맞춰진 동양권 문화가 익숙하고, 아직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고 나보다 타인에게 더 신경이 쓰이는 사람이라면 더더욱이나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이 당신에게 행복한 삶을 사는 비밀의 퍼즐 한 조각을 쥐어줄 것이다.



이 글은 21세기북스 협찬으로 받은 책을 토대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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