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정석 Jun 04. 2020

지정학적 관점에서 한반도를 평가한다면

1-Page 레포트 [1]

이번 봄 학기 정호섭 교수님(前 해군총장)의 '미중해양패권경쟁과 한국의 해양안보정책' 수업을 들으며 과제로 수행했던 1-Page 레포트다. 국가 전략을 고민함에 있어서 유익한 질문들로 구성되어 작성하면서 많은 공부가 되었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한반도를 한 문장으로 평가하면‘계륵(鷄肋)과 같다.’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한반도의 주관적 입장에서 평가한 것이 아니라 국제 정치, 특히 G2인 미국과 중국의 경쟁구도 관점에서 평가한 것이다. 대양을 완벽하게 정복하지 못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없었던 중세까지는 한반도는 그 본연의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과학 기술이 발달해 더 이상 대양이라는 장벽 아래 각 국가의 군사력이 제한받지 않는 근대에 들어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그 가치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근대에서의 그 대표적인 사례로 1894년 청일전쟁이 있다. 당시 한반도는 청나라와 일본 제국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곳이었으며 이 전쟁은 지정학적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대표적인 갈등 사례다. 뒤이은 1904년 러일전쟁 역시 같은 성격의 전쟁으로, 당시 한반도에 상주하던 열강(미/영/프) 역시 일부 관여된 전쟁이었다는 점에서 제한적인 규모의 국제전 성격을 보이는 전쟁이었다. 현대에 들어 발발한 1950년 한국전쟁은 대표적인 이념 갈등의 사례로 언급되지만 사실 이 전쟁은 중국/러시아를 위시한 대륙세력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해양세력의 대리전에 가까운 전쟁으로 볼 수 있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대륙세력에게 한반도는 해양으로 진출하기 위한 최전선으로서, 해양세력에게는 대륙세력의 공세를 방위하는(본질적으로는 미국을 방위하는) 최전선으로서 자리매김한 곳이 바로 한반도였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양대(兩大) 세력에게 있어 그 가치가 타협 불가한 곳이다. 미국은 남한을, 중국은 북한을 자신의 국방한계선의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경제/군사 분야에서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였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저(低)성장세와 더불어 미국과 중국 각국에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양상(樣相)을 보이고 있다. 


우선 미국은‘미국 제일주의’를 표방하며 기존의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 것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 추구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 관점에서 한반도는 미국의 국방 지출을 과다하게 만드는 곳으로, 그 가치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미국과의 국방비 재협상 등)이 현실이다. 중국은 중국몽(中國夢), 일대일로(一帶一路), 진주목걸이 전략 등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경제/군사 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나 최근 북한의 지속적인 핵 개발은 중국의 안정적인 동북아시아 관리 정책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앞마당(한반도)에서 미국과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벌어져 국력을 집중하여 급속 성장하고자 하는 중국의 정책적 초점을 분산시키는 역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과 거리두기를 실시하게 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시류(時流)에서 미국과 중국의 핵심이익이 언제나 한반도의 이익과 일치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자세는 위험하다. 한반도는 언제든 강대국의 이익에 따라 버려지고 취해질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나치게 강대국에 의존하여 국정을 운영하는 수동적 국가정책은 국가 패망의 지름길이며 이제는 보다 현실적이고 자주적인 관점에서 국제 정세를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의 통합된 의제(Agenda) 형성이 필요하고 한반도만의 흔들리지 않는 국제정치의‘기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한반도에 대한 강대국의 실질적 평가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이를 통해 시대 조류를 현명하게 대처하고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와 성장을 굳건하게 보장해 나가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와 포퓰리즘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