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Page 레포트 [4]
이번 봄 학기 정호섭 교수님(前 해군총장)의 '미중해양패권경쟁과 한국의 해양안보정책' 수업을 들으며 과제로 수행했던 1-Page 레포트 네번째다. 매시간 국가 전략을 고민함에 있어서 유익한 컨텐츠와 질문들로 구성되어 수업과 과제를 진행하면서 많은 공부가 되었다.
미국의 입장에서 이 질문에 대답하면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미국 본토를 방위하는 최전선이자 미국의 최대 우방국 일본의 유일한 방패막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 질문에 대답하면‘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적절할 듯하다. 미·중 갈등 상황은 한국의 안보는 물론 경제/사회 전(全) 분야에서 득이 될 것이 단 하나도 없다. 안보를 의지하는 미국에게나 경제를 의존하는 중국에게나 어느 한 쪽으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명확한 입장은 없다.
미·중 갈등 상황이 한국에게 절대적으로 긍정적일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미약한 한국의 존재감 때문이다. 과거 미·소 냉전기나 미국의 경제 발전이 전성기를 이룬 시기에 한국은 자유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최전선의 국가로서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미·중 갈등과 미국의 경제 침체 속에서 한국은 자국 중심주의를 펼치는 미국의 정책 상 그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역할이 구체적으로 존재하려면 우리의 존재감이 명확해야 한다.
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은 동북아시아의‘갈등 조정자’역할을 취하는 것이다. 비록 존재감이 적어 이 역할의 당위성을 보장받지 못하겠지만 미·중 양국의 협력자로서 미·중 갈등 협의의 장(場)을 한국에 마련할 것을 제의하고 양국 간 갈등이 발생할 때 본국에서 그 논의를 진행하거나 한국이 이견 조정 역할을 하는 것이 미약한 한국의 존재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이 취해야할 전략적 입장에서 그나마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북한 관련 이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국 외의 또 다른 전략적 변수와 위협이 되는 것이 바로 북한의 핵이다. 북한 정권은 핵을 체제 유지 수단으로 삼고 있으나 향후 급변 사태나 미·중 갈등과 이에 따른 인도·태평양 전략의 추이에 따라 언제든 공격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 이는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미국에게 부담이 되는 요소다. 우리나라는 이 틈새를 공략해야 한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조정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 협상에 중국의 참여도 적절히 이끌어내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남한과 북한의 평화겠지만 이 평화에 미국과 중국 등 동북아시아 전략적 관계자들이 참여한다면 한반도에서 평화의 물꼬가 터지고 동북아시아에서의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국면 해소에도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취할 수 있는 전략적 가치와 역할의 영향력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미약하다. 그러나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그 문제들을 해결해왔던 우리나라의 저력과 역사를 믿고 이 시기도 지혜롭게 극복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우리의 전략적 가치/역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는 북한 관련 이슈를 통한 미중 간 조정자의 역할임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