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헬조선 주민입니다 1-
몇 년 전부터 일까 한국사회를 ‘헬조선’, ‘지옥불 반도’ 등으로 일컫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세상에는 지옥 말고도 부정에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가 많다. 그런데 왜 하필 지옥을 사용한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걸까. 필자는 그 이유가 청년세대가 체감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극단화되어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현실이 극단적이다 보니 부정어 중에서도 가장 극단에 있는 단어를 골랐다는 것이다.
헬조선은 다양한 경우에 사용된다. 실업과 같은 청년문제를 가리킬 때뿐만이 아니라 부정적인 상황, 현실을 가리킬 때도 자주 사용되고는 하는데 일부 기성세대 중에서는 청년세대가 현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종류의 비판은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이유를 파악하지 못했기에 발생한 것이다.
단어 사용의 맥락을 파악하는 데에는 인터넷 기사의 댓글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14년도 당시 대한항공의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은 한 동안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수직적인 조직문화의 폐해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댓글들 중에는 “역시, 헬조선”, “헬조선, 클라스” 등의 헬조선이 언급된 댓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베이붐, 386세대는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익숙한 세대다. 하지만 80, 90년생 청년세대들에게 있어 수직적인 조직문화는 더 이상 ‘문화’로 용인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수직적인 조직문화는 부조리하거나, 비합리적인 때로는 갑질로 취급되기도 한다. 그들의 그런 부정적인 평가를 ‘헬조선’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평가에 지옥이라는 극단적인 단어가 선택되는 이유도 그만큼 청년세대가 기존의 기성세대들보다 해당하는 문제들에 민감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세대별로 문화를 수용하고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보니 기성세대의 입장에서는 청년세대의 표현이 민감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세대가 공유하는 문화가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조직문화, 다양성 등에 대한 존중의 면에서는 청년세대가 기성세대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헬조선이라는 표현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문화에 대해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므로 이를 단순히 예민하거나, 부정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헬조선은 문화에 대한 청년세대의 인식을 드러냄과 동시에 우리가 체감하는 현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단테의 신곡에는 서로 다른 형벌을 주관하는 지옥들이 등장하는데, 청년세대가 체감하는 대한민국의 상황 또한 이와 마찬가지다. 단순히 교육, 주거 등의 한 가지 분야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문화, 정치 등의 여러 가지 문제가 뭉쳐 총체적인 난국을 만들어 내고 있다.
문제가 꼬이고 꼬여서 풀릴 것 같은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보통 사람이 보이는 반응은 해결하는 것을 체념하고 당면한 현실에 순응하는 것이다. 하루 벌어 하루 놀고 사는 욜로족은 그렇게 탄생했다. 소득보다 빠르게 오르는 체감물가, 이미 상식선을 한참 넘어버린 부동산 가격 앞에서는 1달을 일하나 1년을 일하나 돈이 부족하기에는 매한가지다. 하지만 여행, 쇼핑 등은 다르다. 호화스럽지는 않더라도 당장의 만족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언제 올지 모르는 희망을 쫓아서 계속해서 괴로워할 바에는 현재의 조그마한 행복이라도 챙겨보려는 것이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은 이제는 옛말이 되었고 이제는 “티끌모아 티끌”의 시대가 도래했다. 욜로족의 문제는 단순히 청년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다. 욜로족이라는 맥락에 숨겨진 청년세대의 희망에 부재가 진짜 문제인 것이다.
표 1을 보면 질문에 대해 부정보다는 긍정의 답변이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가 청년세대의 현실에 대한 긍정, 부정의 지표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표가 보여주는 것은 청년세대의 현실 인식이 아닌, 밝은 미래에 대한 우리의 놓고 싶지 않은 희망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표 2를 보면 분명해진다. 표에서 질문들에 대해 청년세대는 대다수가 부정의 응답을 보이고 있다. 청년세대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잘 살고 싶다는 희망을 놓지 않은 것뿐이다.
표 1의 조사 질문이 돈에 관한 것이고 행복이 꼭 돈으로 환산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전반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지만 그럼에도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돈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모든 인간은 자신이 미래가 긍정적이기를 바란다. 이것은 우리 청년세대도 마찬가지다. 욜로니 뭐니 해도 우리는 아직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헬조선이라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오늘도 우리는 미래라는 싹을 틔우기 위해 현실에 대한 투쟁에 나선다.
대중목욕탕을 가면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걸려있고는 한다. 나라 또한 마찬가지다. 청년을 잃어버린 나라는 미래를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아직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 지금이라도 정부와 기성세대는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