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늙은 반려견, 네게 편지를 쓴다

- 두 번째 편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고동 -


“동이야”하고 너를 부르는 나직한 목소리에 귀를 가볍게 세우고 눈과 코끝으로 나를 바라보는 너. 동이야, 너는 왜 네 이름이 동이일까 생각해 본 적 있을까.


2006년 7월 14일. 유난히도 무덥고, 매미 소리가 시끄러웠던 그 여름의 한 복 판에서 너와 나의 세계가 마주쳤다. 그날은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의 기대감에 부푼 날도, 성적표가 나와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던 날도 아닌 사춘기의 나에게 무한히도 펼쳐졌었던 지금은 이름 모를 그런 날들 중 하나였다. 그날도 나는 평소와 같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어머니와 저녁을 먹고, 퇴근해서 집에 돌아올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후 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집에 돌아오신 아버지와 그 품에 안겨 작은 몸을 떨고 있었던 너. 아버지의 품에 안긴 너의 그 작은 생명에 나와 어머니는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나는 부모님에게 집에서 개를 키우고 싶다며 자주 조르고는 했는데 나의 등쌀에 못 이긴 아버지가 어머니 몰래 너를 데려온 거였지. 어머니는 눈을 네모낳 게 뜨시고는 아버지를 따로 방으로 불러 한참을 꾸짖으셨다. 나는 그런 어머니의 행동을 야박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너에게서 생명의 무게와 무서움을 배운 지금은 그때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방에서 나온 어머니는 나에게 너에 대한 책임과 이를 약속할 수 있는지를 몇 번이고 물으셨다.


나는 작은 생명인 너를 조심스레 품에 안았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놀라서였을까 너는 연신 끙끙 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 작은 몸을 열심히도 꼬물거리며 움직였다. 나는 가만히 앉아 너의 꼬물거리는 생명을 양팔로 가슴으로 받아들였다. 부드럽고 말랑한 너의 피부가 나에게 닿을 때마다 말갛게 번져 갔던 그 온기. 아직까지 네게 남아있었던 어미 배속의 온기인 듯했다. 나는 어미 새가 새끼를 품듯 혹여나 너의 따듯한 온기가 꺼질까 두려워 너를 한참 동안이나 품에서 놓지 못했다.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지났을까. 지친 너는 어느새 내 품 안에서 잠이 들었다. 네 안에서 뛰는 미세한 생명의 고동이 느껴졌다. 나는 내 품 안을 뛰어다니는 그것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다리, 허리, 배 나의 것들이 차츰차츰 사라지고 온전히 너를 품은 가슴과 팔만이 남았을 때 나는 네 안의 고동이 생명을 담금질하는 소리임을 깨달았다. 비록 너는 잠에 들었지만 너의 심장은 잠들지 않고 뛰는 고동으로 생명을 담금질하며 튀는 불꽃으로 너의 온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나에게 너의 이름을 물었다. 나는 물음에 쉽사리 답하지 못하고 골똘하면서도 무언가 결의에 찬 표정으로 내일, 내일 너의 이름을 말하겠다 했다. 네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혼자 보낼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부모님 말씀에 따라 너를 거실 소파에 앉힌 뒤 나는 방에 들어가 몸을 뉘었다. 거실에 혼자 남아있을 너에게는 내가 아기였을 때부터 두르던 담요를 덮어줬다. 나의 온기를 지켜주던 것이 이제는 너를 지켜주기를 바라며. 그날 밤 나는 늦은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너를 품었던 그 잠깐 사이 너의 고동이 나에게 새겨진 듯했다. 아니면 나의 안에서 뛰고 있는 심장의 고동을 너의 것과 착각했기 때문일까. 나는 몇 번이고 떠오른 너의 이름을 부르고, 들으며 다가오는 새벽에 스르르 잠이 들었다.


아침이 오고 나는 식탁에 앉아 가족들에게 중대한 발표를 했다. ‘고동’이라 부르기에는 어감이 어색하니 ‘고’를 뺀 너의 이름을 ‘동이’라 부르기로.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한국적이면서도 정감이 가는 이름이라 하며 만족하셨다. 나의 품 안에서 고동으로 뛰던 너는 그렇게 동이가 되었다. 네 이름을 처음 불렀을 때 너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생각하며 옆의 너를 “동이야”하고 불러본다. 그러자 슬며시 나를 바라보는 너. 이번에는 너를 내 무릎으로 끌어와 허리를 숙여 품어본다. 아아, 나의 편지에 답하듯 뛰는 너의 고동은 참 따듯하기도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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