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의사의 수는 OECD 국가 평균의 70%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치킨이라면 어떨까? 아마 300%는 가뿐히 넘지 않을까? 그렇게 따지면 편의점은, 카페는 등등등.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서지 않고도 전화 한 통이면. 아니, 손가락질 몇 번이면 모든 것을 소비할 수 있는 나라. 대한민국. 배달의 민족이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로 우리는 명실공히 한 소비의 민족으로 거듭났다.

아, 소비! 달콤한 이름이여. 세상 모든 것을 우리 앞에 가져다줄 것만 같은 게 너라면. 그때마다 매번 갈가리 포장지를 뜯겨야 하는 잔혹한 운명에 처한 상품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내 경험상 상품이란 울퉁불퉁한 것일수록 좋다. 애플보다 파인애플이 좋다는 말이 아니고, 무미건조한 것보다는 유의미한 것이 좋다는 얘기며, 담긴 의미를 음미하고 결을 느낄 수 있을수록 상품은 빛이 난다는 소리다. 그래서 좋은 상품은 맥락상 특별하거나, 재미있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 특별함은 재미에 비해서는 쉽게 추구될 수 있다. 졸업식에 짜장면을 먹는 것처럼 적절한 시기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특별함의 조건은 어렵지 않게 충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재미의 경우 차별성과 독창성부터 때로는 해학적인 요소까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더욱 많다. 유희라는 게 원래 고도의 지성적인 작업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평소 소비하는 상품들은 특별함과 재미 둘 중 하나라도 충족하고 있는가? 이 물음에는 유행을 타는 상품을 소비할수록 답하기가 어려워진다. 흑당버블티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몇몇 매장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기까지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똑같은 제품을 팔기 시작하자 그 열기도 금방 식어버리고 말았다. 처음에는 특별했던 게 이제는 뻔한 게 되어버렸다. 유행상품은 대개 끝없는 복사의 결과이다. 비슷한 제품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그것이 광고와 겹치면서 유행이 된다. 그런 상품의 건조한 가격표에는 감동도 없고, 지금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 이런 걸 소비해봤자 남는 건 계좌에 찍힌 마이너스 표시뿐.

최근 도서정가제에 대한 논의가 시장의 도마 위에 올랐다. 몇몇 업체에서 할인 적용을 가능하게 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책을 더 싸게 살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물론 가격은 싸질 것이다. 하지만 서점에는 유명 작가, 영화 원작 등 수익이 보장된 책들만 남게 될 것이고 그 외의 도서들은 씨가 마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서점은 사람들이 익숙한, 소비되기 편한 생각들만이 남아 그저 상품 바코드나 찍는 곳이 되어버릴 것이다. 뻔한 것들만 상대하며 낭비하기에는 우리의 돈은 충분치 않고 인생에 시간도 넘쳐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를 위해서라도 도서정가제,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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