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로 90년생 입니다

-국회 유감1-

내가 아직 총학생회장을 지내고 있었을 지난해. 상도동 주민센터를 통해 국회에서 열리는 동작구의 교육 관련 사업 설명회에 초대받은 일이 있었다. 몇 번 국회에 방문해 본 적은 있었지만 정식 사업 발표를 들으러 가는 것은 처음이라 이런 기회를 누리게 된 나 자신이 뿌듯하기도 했고, 구에서 하는 사업이라기에 내심 거는 기대감도 컸다. 국회에 도착해서 먼저 국회 직원식당(국회의원도 국회에 직원이라 치고 직원식당이라 하겠다.)에서 점심을 먹었다. 메뉴로는 할라 푸드가 나왔는데, 역시 국회는 밥부터가 다른 걸까. 맨날 먹는 학식 가격의 거의 3배에 달하는 가격이기는 했지만 처음 먹는 할랄푸드였고, 맛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나름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난 후 사업 설명회가 열리는 곳으로 향했다. 설명회가 아직 시작 시간 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있었고, 나도 내 자리를 찾아 앉았다. 얼마 뒤 약 1시간 반 정도의 사업 설명회가 진행되었다. 설명회에서는 여러 가지 내용을 다루었지만 그중 가장 내 기억에 남는 것은 청년실업률 해결에 대한 방안 부분이었다. 많은 기대를 품고 들었던 사업 설명회. 들은 소감부터 말하자면 한 마디로 말해 ‘대실망’이었다. 사업 설명 자체가 전반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말은 있지만, 그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특히나 청년실업률에 대해 구가 제시하는 방안은 아주 가관이었다.


2.jpeg


설명회에서는 청년실업에 대한 대책으로 ‘청년창업’을 내세웠다. 청년이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증진하고, 이를 위해 실리콘밸리와 같은 창업 밸리를 구에 형성하겠다는 것이었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들은 정말로 창업이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왜 이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국회 유감 2’에 몇 가지 통계들을 통해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동작구 노량진은 수험생의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익, 공무원, 재수학원이 즐비하고 학원을 다니는 수험생만으로도 도시는 만원사례를 이룬다. 취업에 목마른 많은 수험생들 중에 창업을 지원해 줄 테니 시험을 포기하라고 한다면 과연 몇이나 되는 수험생이 예스를 말할까. 아마 천명 중 한 명이라도 예스를 말한다면 기적이 아닐까. 이 말은 즉, 창업이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주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작구는 이를 몰라서 그랬을까. 아니, 나라의 온갖 행정을 담당하는 구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들은 창업이 청년실업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업을 설명하는 강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창업이라는 것이 성공 확률도 희박하고, 실패했을 경우 지게 될 부담 또한 적지 않은데 이것이 어떻게 실업률 감소를 위한 해결책이 된다는 것입니까?” 질문에 돌아온 답변은 그것과는 전혀 무관하게 사업에 대한 설명을 되새김질한 것일 뿐이었다. 답변 후 “설명이 되었을까요?”라고 말하는 강연자. 너무 답변이 안 되다 보니 다시 질문할 생각도 들지 않아 그냥 건성으로 “네”라 말했다.


3.png


철만 되면 갈아엎어지는 도로가 생각났다. 새로운 예산을 받기 위해 공무원들이 남은 예산을 멀쩡한 도로를 갈아엎는 등 눈먼 곳에 쓰는 경우가 많다더니 구의 이번 사업도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 설명회가 끝난 후 척 봐도 힘 좀 꾀나 쓰겠다 싶은 높아 보이는 분들이 강단으로 올라왔고, 그들을 향해 사방에서 사진기의 플래시가 터졌다. 나의 첫 국회에서의 사업 설명회는 그렇게 사진 한 장으로 요약되었다. 애당초 진지한 사업설명보다는 사진을 찍기 위해 열렸던 것이다. 그렇게 찍힌 사진은 내가 모르는 어떤 보고서에 그 사업설명회가 얼마나 유의미하였는가를 증빙하기 위해 붙여지겠지. 과연 이런 식의 사업설명회가 내가 맛집 방문을 인증하기 위해 음식 사진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따위에 올리는 것과 뭐가 얼마나 다를까 싶었다.


설명회를 듣고 나니 한국에서 청년이 살아가기가 왜 이렇게 팍팍한지가 단박에 이해됐다. 사회는 처음부터 청년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할 의지 따위 가진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저 언론이 하도 청년문제를 보도 해대니 체면이라도 차릴 수 있게 관심 있는 척이라도 하는 것이다. 실망감에 빠져 국회를 터덜터덜 빠져나오는데 누군가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자신을 청년문제와 관련된 공익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 소개한 그분은 아까 한 질문을 잘 들었다며 강연자가 답변 후 “설명이 되었을까요?”라고 물었을 때 끝까지 안 되었다고 하지 그랬냐 했다. 글쎄, 만약 그때 내가 끝까지 답을 달라고 했다면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 있었을까. 내가 너무 부정적인 걸까. 차라리 그런 것이라면 좋을 텐데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리가 바로 90년생입니다’ 연재 목차